상처를 주고 받는 이유,
과거에 인상 깊게 봤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최근 다시 보기를 통해 3일 동안 몰아보았어요.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발병 전이 어서 재미있게 보았다면, 지금은 한 장면 한 장면, 대사 하나하나가 다 가슴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면에서 멈추고 한참을 생각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기록하려고 해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여성의 성기만 그리는 한 남학생의 이야기였는데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그 원인이 엄마를 향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하는 말이에요.
남학생; 우리 엄마,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공효진; 착한 사람도 상처는 주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서 우린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착한 사람도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줍니다. 우리는 생각이 다르고 타인에게 위로를 전달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 다름의 틈에서 오해가 자라고 표현하지 않은 오해가 커다란 싱크홀처럼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큰 구멍을 만들어내고 맙니다.
상대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 상처가 되었을 때에는 혼자 그 말과 상황을 곱씹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고 표현해야 해요. 이때 중요한 것이 대화의 기술이지요.
"네가 잘못해서 내가 아픈 거야!!!"가 아니라
"네가 한 말(또는 행동)이 나의 급소를 건드렸어. 그래서 나는 아팠어. 너의 의도는 무엇이었니?"를 물어야 합니다. 상대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행위였을 수도 있는 그 말(또는 행동)이 왜 나에게 상처로 다가왔을까요...? 그 답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네가 잘못한 거야!!!' 가 아니라 '어째서 나는 그 말이 아팠을까?'에 대한 답을 찾은 뒤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도 자기 마음을 모르고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온갖 이유를 대며 자신의 상처를 포장해서는 결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어지는데요, 노희경 작가만의 대사와 유쾌한 흐름이 잘 어우러져 즐겁게 시청하였습니다. 늦가을 왠지 모르게 외롭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좋을 드라마입니다.
극 중, 1화에서 공효진의 대사입니다.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 우리는 세상에 내가 살아갈 방법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답을 모르는 여러분들처럼요.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희망은 극한 순간에도 늘 있습니다. 장재열 작가님 책 속 주인공처럼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고 다양한 사고를 갖는다면 마음이 아플 때, 마음에 감기가 들 때 정신과를 찾아오시는 것도 희망차게 사는 한 방법일 겁니다.
최근 이유없이 아프거나 외롭다는 분들이 주변에 늘고 있어요. 설마 내가...?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정신과가 아니더라도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