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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진 Nov 24. 2022

욕노트로 분노의 감정 토해내요

스트레스성 공황장애, 감정 토해내기


공황장애가 발병한 2019년,

저는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보통 3~4명이 나누어서 해야 할 일을 업무로 받았고, 업무분장 이전에 전체 교직원 회의가 열릴 정도로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고 공정하지 못했어요.

학교에서 공황발작으로 쓰러진 후, 기간제 교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연락한 교사분들이 모두 고사했습니다. 결국 업무를 4분의 선생님에게 나누고 수업만 하실 기간제 교사분을 찾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치료에 집중해야 할 공황장애 초기, 지속적으로 업무와 관련한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업무는 많은데 4분에게 쪼개지니 4분에게 전화를 받아야 했지요.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수인계를 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이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치료에 전념할 수 없었던 저는 발작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극강의 공포를 마주해야 하는 발작을 회피하고 싶어서 학교 측의 연락을 남편에게 돌려놓았습니다. 병가 중인데, 한달동안 거의 매일 업무 연락을 받았으니까요. 



저의 이 병증을 학교에서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책에도 일부 내용을 기록했지만, 사실 적지 못한 이야기는 훨씬 많아요. 병가 중에 트라우마 현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을 받는 저는 나을 기미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학교와 저를 위협한 학생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몰랐어요. 시들어 가는 저에게 주치의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방법이 바로 욕노트를 써보라는 거였어요. 




도덕교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저는 현실적 자아보다 이상적 자아에 맞추어서 살고 있었습니다.(저는 도덕 교과서처럼 살았지만, 실제 저는 그렇게 바른 사람은 아니에요. 욕망과 충동에 흔들리는 나약한 사람이지요.) 

법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연히 욕도 하지 않았죠. '질풍 노도의 시기'인 학생들과 부대끼다 보니 욕은 많이 알지만 사용하지 않았어요.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도덕교사라는 이미지에 맞추어 살고 있는 저에게 아무도 볼 수 없도록 한글 파일에 욕을 적어보고 저장하지 않고 창을 닫으라고 하셨어요. 



"아. 무. 도. 볼. 수. 없. 도. 록."


그 말에서 알 수 있었죠. 제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살아왔다는 것을요. 욕을 사용하는 것을 누군가가 볼까 봐 두려워하는 저의 내면을 주치의 선생님은 꿰뚫어보신 거예요.


시작은 작은 종이에 미운 사람 이름을 적고 찢어버리는 거였어요. 종이를 찢을 때 묘한 쾌감이 있더라구요. 그 후에는요, 누가 저의 이런 유치한 행동을 볼세라 후다닥 치워버렸어요. 



며칠이 지난 후, 욕을 적어보았어요.


생각보다 욕을 적는 게 효과가 좋더라구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면상에 대고 속 시원하게 욕을 하거나 막장 드라마처럼 김치싸대기라도 날리고 싶은 욕구가 해결되더라구요. 지금 적으면서도 부끄럽지만, 저는 그냥 이런 사람이예요. 


제 안에 화를 다 안고 살 수가 없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방법으로 표출한 것이죠. 


아주 우습고, 부끄럽지만. 그 시절 그 방법이 없었다면, 발작이 줄어들지 않았을 거예요.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한 묘책이었어요. 

지금은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심지어 음식을 먹는 것도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스트레스성 공황장애, 분노조절, 감정 조절이 힘들다면, '욕노트 써보기'도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게 도움이 되겠어? 라고 생각되신다면, 

직접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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