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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진 Nov 24. 2022

"왜 친절해야 하나요?" 생각 패턴 바꾸기 인지 치료

스트레스성 공황장애



슈퍼 얼리버드로 구매해 둔 전시 티켓을 사용하러 다녀왔어요, 현장에서 발권을 진행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관람하기 위해 2인권을 구매했는데, 어쩌다 보니 혼자 입장하게 되었어요. ^^;; 


매표소에서 2인권 1장을 발권해 준 상황.


"혼자 관람하게 되었는데, 1인권 2장으로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안돼요"
"그럼 이 티켓은 제가 사용하면 나머지 1인 티켓 비용은 사라지는 건가요?"
"네"
"어... 친구와 함께 오기로 해서 2인권을 구매했는데 스케줄상 혼자 오게 되었어요. 혹시 초대권이나 또는 표시를 해 두어서 나머지 1인권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여기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구매하신 사이트에서 1인권 2매를 구매하셨어야 해요."
"그래도 혹시, 방법이 없을까요? 1인권 2장 구매나 2인권 1장 구매나
가격이 똑같아서 1인권 2매로 바꿔주셔도 귀 기관에서 손해 볼게 전혀 없는데요. 현장에서 해결 가능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구매하신 사이트에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죄송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지 한 번만 알아봐 주시겠어요? 부탁드려요."
"... 한숨... 전화로 한번 알아볼게요."
"네. 고맙습니다."



상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상황 설명 후 간단하게 통화 종료.


"티켓 주세요. 이거 취소하고 1인권 2매로 교환해 드릴게요.
 친구분 주시거나 전시 기간 내에 다시 오세요."
"감사합니다~~~"


위 대화는 저와 매표소 직원분과의 대화예요. 진상 고객 일 수도 있지만, 왜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친절까진 바라지 않지만, '한번 알아볼게요'라고 먼저 말해주시면 어땠을까. 그리고 알아보니 안되는 게 아니었어요.


물론 2인권을 구매하고 혼자 입장한 제 잘못이지만 늘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는 건 아니기에,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관료제.


복잡하고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전문적 · 체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대규모 조직을 말합니다. 이는 사회 조직의 대표적인 형태로서, 구성원들의 권한과 책임이 위계적으로 서열화되어 있습니다.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관료제는 필요한 구조입니다. 지난 공황 일기 포스팅에서 언급한 '관리소장'님과 '매표소 직원'분에게서 저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모른다. 내 권한 밖이다'와 같은 책임회피의 자세였어요.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공황장애가 발병하기도 했으니까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나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는 판단이 강하게 들었어요. 물론 이번에는 공황증상이 오거나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엔 제 부탁을 들어주셨고, 요구한 대로 저는 1인권 2매를 발권 받았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나는 왜 이러한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말을 못 했어요. 아마도 2인권을 내고 관람하고 돈을 버리는 편을 택했을 거예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제 의견을 내는 편이긴 했지만, 이렇게 매사에 요청을 하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예요.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신념화했던 많은 것들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후회하기보단 그 자리에서 방법을 찾기로 했거든요. 




이 두 경험을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며 말씀드렸어요. 한 번은 공황의 초기 증상이 왔음을, 비슷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괜찮았음을요.



"그분들이 왜 그랬을까요?" 
"……."
"첫 번째, 진짜 일을 잘 몰라서 원칙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손님은 한번 보고 욕먹고 끝이지만, 손님의 요구대로 했을 때,
상사에게 혼날 수 있다. 이 일로 추후 계약이 안될 수도 있다.
그분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날 너무 피곤했다, 삶에 지쳐가고 있다 등)
세 번째 굳이 친절을 베풀어야 할까요?"
"……."



아!!!!!!!!!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이 깊숙이 파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부끄러웠습니다. 

역지사지, 입장 바꿔보기, 관용의 자세 등 학교 현장에서 수없이 말하고 가르친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는 삶에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관료제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배제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들은 아는 한도 내에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몫이었어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하던 대로 일을 처리하는 관성에 익숙하게 됩니다. 



왜 사람들이 좀 더 친절하기를 기대했을까요?


"교사니까 당연히 용서해야지!"


라는 말에 무너져내리고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매표소 직원은 당연히 친절해야 한다'라는 틀에 맞추어 무의식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어떤 직업에 '친절'이라는 덕목을 당연하게 집어넣은 스스로의 무지함을 마주하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친절은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이라는 가치판단이 포함된 단어였어요. 태도가 정겹다, 고분고분하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요. 살아오면서 친절해야 한다는 말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듣습니다. '친절한 서비스로 응대하겠다.' 마케팅 차원에서 홍보문구에 굉장히 많이 쓰는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친절은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일까? 

어떤 나라에서는 친절의 대가로 팁을 요구합니다. 저는 이 친절의 대가를 별도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서비스 받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결론이 내려졌어요. 

파고들어갈수록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은 역시 저 자신이었어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던 무의식적인 가치관의 틀이 스트레스의 유발 요인이었다는 것을요.

스트레스성 공황장애, 관계로 인해 힘드신가요? 저처럼 깊이 침전해 보며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인지행동치료법에서는 '관점 취하기' 치료법으로 명명합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를 취한다면, 나의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습니다. 상황도 상대도 바꿀 수가 없어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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