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사과 (1부)

나의 층간소음 경험기

by 김기린
삐리릭 삐리릭, 삐리릭 삐리릭


인터폰 벨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비몽사몽. 아닌 밤중에 홍두깨치곤 엄청 큰 홍두깨였다.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할 즈음,

아내의 종종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서둘러 거실로 나와 인터폰을 받는다. 밤늦게 시작했던 일들이 아직 안 끝났는가 보다.


"여보세요?

... ...

네, 1101호 맞습니다.

... ...

무슨 일이지요?"


경비실에서 걸려온 인터폰인듯하다.


곧이어 아내가 대답한다.


"저희가 뭘 시끄럽게 했다는 거죠?

... ...

저희 집에는 아이가 없어요.

... ...

다 자고 있어요."


신경을 곤두 세워 귀를 쫑긋하니, 경비실에서 걸려 온 인터폰은 층간소음 확인을 위함이었다. 좋은 말로는 그랬다. 한마디로 누군가 우리 집을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한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30분.

믿고 싶지 않은 시간, 난 오늘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이다. 그런데 흡사 벼락과 같은 그 인터폰 벨 소리에 잠이 온통 달아난 것이다.


"띠리리릭"

인터폰을 끊은 아내가 현관을 나서는 소리에 잠자던 도어록이 즉각 반응하는 소리가 저만치 들려왔다. 새벽이라 그런지 그 소리도 엄청 크게 들린다.


아내는 경비실 인터폰을 받고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야심한 새벽. 직접 범인(?)을 잡겠다는 심정으로 버선발로 그 시간에 집을 나갈리는 없다.


그 시각. 난 몸을 뒤척이다, 이불을 끌어당기며 달아난 잠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디선가 우당탕탕(충격소음) 소리와 더불어 고함 소리(공기전달 소음)의 불협화음을 들었던 건, 그때였다. 종이컵 전화기 마냥 그 소리는 벽을 타고 희미하지만 또렷이 전해지고 있었다


아내는 곧 돌아왔다. 아내는 돌아왔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협화음의 소음만이 계속될 뿐...


이쯤 되자, 난 몸을 일으켜 범인을 찾아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되면 잠은 영영 달아날 테니. 난 그냥 누워 있기로 한 것이다. 반쯤 일으키던 몸이 다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잠도 달아난 새벽. 난 추리를 시작했다. 아니, 그러다 보면 다시 잠이 올 것만 같았다.


우선, 이것은 층간소음인가?

층간소음은 '직접 충격소음'과 '공기전달 소음'으로 구분되며, 그 종류에 따라 층간소음의 법적 기준도 다르게 적용된다. 굳이 불을 켜고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지속적인 저 소음들은 슬슬 나의 수인

한도를 자극시키고 있는 것이다.

40dB면 도서관 소음의 수준이며, 50dB는 조용한 사무실 정도의 소음이므로 지금 이 시간 꾸준히 들려오는 저 불협화음은 층간소음이 맞다.


그렇게 , 침대 위 잠복수사를 하는'명탐정 코난'이 되어가고 있었다.


곧, 신고한 10층을 기준으로 8층에서 12층이 용의 선상에 들어왔다. 우리 집은 1101호.

아래층이 경비실에 신고를 하였다면? 음! 1001호는 아니다. 그리고 앞집. 그 정도 소음이면 인지했을 것이고, 신고를 할 정도면 출입문에 귀 정도는 대 보았을 터. 그런데 경비실에 우리 집을 지목해 신고를 했으니 1002호도 아니다.

10층이 용의선상에서 제일 먼저 제외되었다. 다음은 11층.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이 들리는 소리는 아니니 우리 옆집 1102호는 아니다. 그리고 그 집은 아이가 없다. 11층도 제외다.

그럼, 위층? 그런데 우당탕탕 충격소음이 위에서 나는 건 아니다. 1201호도 용의 선상에서 제외다.

그렇다면 유력한 용의자는 8층 세대, 9층 두 세대, 그리고 1202호로 좁혀진다.


코난의 눈은 빛났고, 난 점점 잠을 잊은 그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 특성상 1호와 2호 라인에 엘리베이터가 지나가고 있다. 이 정도의 소음이 엘리베이터 공간을 통과해 들릴 정도면, 굉장한 소음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소음이 우리 집에서는 희미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2호 쪽 라인보다는 1호 쪽 라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범인 바로 당신!이 아니고, 801호, 901호 둘 중 하나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초동수사(?) 끝에 용의자를 압축해 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은 새벽을 넘어 가고 있었다..,

(2부에 계속)


사과 & 사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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