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사과 (1부)
그날 새벽은 힘들었다.
월드컵 새벽 경기를 보고 잠든 거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텐데...
잠시 후 끔찍한 출근이 기다릴 뿐이다.
그날 아침. 새벽까지 수사(?)를 이어간 이유 때문인지 확실히 몸이 무거웠다.
출근 준비로 분주할 때, 그때까지 잠을 못 이룬 건지 알 수 없는 아내가 몽롱한 표정으로 식탁의자를 끌어 당기며,
"한숨도 못 잤어"
아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나도"
아내의 짜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감기가 옮은 것처럼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내가 묻기도 전에 새벽에 있었던 사건의 전모를 속속들이 밝혀주었다. 해답이 드러나자 좀 싱거웠지만, 어서 자라는 인사를 대신하며 집을 나섰다.
난 출근 후에도 계속 그 생각이었다. 그 시간에 다툼을 하던 그 집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도 경비실에서 그 새벽에 인터폰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인터폰 벨소리를 왜 진작에 좀 줄여놓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으로 이어지며 별별 생각에 까지 이르렀을 땐 커피 한 잔으로 졸음을 쫓고 있었다.
생각 끝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한건 그날 오후.
난 새벽에 있던 일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였고,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선량한 입주민으로서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관리 소장님은 미안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들로 위로하면서, 새벽에는 1인이 근무하므로 결국 우리 아파트 경비 근무 시스템 문제까지도 언급을 한 후에야 대화가 끝이 났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한 후에야 마무리되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주었다.
전화를 하는 내내 나는 한 가지 사실에 신경 썼다. 그것은 바로 나의 행동이 입주민의 갑질로 비치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까지 언행을 조심했다.
우리 집 새벽 층간 소음 해프닝은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다.
"드르르륵 "
눈이나 좀 붙였을까 염려되어 그때까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던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카톡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고, 그 사진 속에는 메모지가 내 눈길을 끌었다.
현관에 두고 간 사과와 메모지어젯밤 죄송했습니다!
아래층 싸움소리가 위층이라
생각해 늦은 시간에 실례를 했네요
기분 상하였을 텐데
기분 풀어주세요.
짧은 메모를 읽고 난, 피식 웃음이 났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해프닝 이 사진 한 장으로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그 사과로 사과를 하는 1001호의 센스와 내가 찾던 범인(?)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는 메모에 웃음이 났던 것이다.
앞으로 층간소음에는 이런 방법이 어떨까?
층간소음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하고, 보복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요즘, 사과 몇 알로 유쾌하게 화해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다.
아파트는 벽과 천장을 이웃과 공유하는 구조다. 따라서 층간 소음 문제의 근본적 혜결이 사실상 불가능할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주택 중 아파트가 60%를 넘고 있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충간소음의 해결은 이웃과 소통할 때 비로소 해결가능한 과제가 아닐까.
나 역시 이번 사건을 겪으며 좀 피곤하긴 했지만, 층간소음 유발자는 아니었는지 반성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1001호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면 왠지 웃으며 인사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아마 난, 그날의 맛있는 사과를 떠올릴 것이다.
- 끝 -
* 층간소음 법적 기준
층간소음의 종류에 따라,
층간소음의 법적 기준도 다르게 적용됩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에서는
직접충격소음의 경우 주간(6시~22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43dB, 최고소음도가 57dB 이상일 경우, 야간(22시~6시)에는 1분간 등가소음도가 38dB, 최고소음도가 52dB 이상일 경우 층간소음에 해당합니다.
공기전달 소음의 경우 5분간 등가소음도가 주간 45dB, 야간 40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