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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Mar 29. 2024

유럽의 휴가: 여름 동안 자리를 비웁니다

회사 슬랙에 이런 게 올라와서 보고 빵 터짐.


유럽의 자리비움 메시지


여름 동안 캠핑으로 인해 자리를 비웁니다. 9월에 다시 메일 주세요.


미국의 자리비움 메시지


신장 수술로 인해 두 시간 자리를 비웁니다만 휴대폰으로 언제든 연락 가능합니다.


미국의 사례는 과장이겠지만 (과장이겠지? 제발..) 유럽의 사례는 완전 진짜다!!!


물론 보통 그냥 언제까지 자리를 비운다고만 쓰지 캠핑을 간다 어느 나라를 간다 이런 건 쓰지 않는다. 약간 더 자세히 쓰는 사람들도 가끔 있긴 하더라. 날씨 좋은 곳/따뜻한 곳/해변에 있어요~ 정도? 왜지.. 약 올리고 싶은 것인가.


또, 위 메시지엔 “여름”이라고 했는데 여름의 정의가 언제인진 모르겠으나 7-8월 다 노는 사람은 많지 않고.. 프랑스는 여름에 거의 다 최소 4주 놀긴 하더라. 7월이든 8월이든 7월 중순-8월 중순이든. 6주 가는 경우도 있고. 연말 연초도 기본 2주는 다들 쉬고. 3주도 흔하고. 대학교라서 그런가 싶지만 일반 회사도 4주씩 쉬는 거 드물지 않다고 들은 것 같다. (프랑스 대학교 연구원/ 교수 등은 휴가 일수가 1년에 45-51일 정도다. 박사과정생도. 박사과정생이 이걸 다 쓰고도 3년 안에 졸업할 수 있는가? 휴가를 가서도 일을 안 할 수 있는가? 이건 또 다른 얘기지만..)


프랑스는 (휴양지가 아니라면) 심지어 8월에 레스토랑 카페 빵집 등이 한 달 동안 휴가를 간다고요! 그래서 파리에 여름에 가면 맛집이 문 닫아서 못 갈 확률이 매우 높음. 그리고 파리 시민들이 파리를 탈출해서 여름의 파리 시내에 관광객만 있음.


다른 서/북유럽 나라들은 여름과 겨울에 각각 기본 2주에, 둘 중 하나 4주도 가능할 듯? 아주 옛날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인턴할 때 보니까 여름에 한 달인지 두 달인지 아예 단축근무를 하고 (9-3시?) 다들 적어도 2주 혹은 한 달씩 쉬었던 것 같다. 마드리드

텅텅 빔.


네덜란드에 있는 우리 회사는 아직 여름을 안 지나봐서 모르겠는데 오히려 겨울에 한 달 통째로 휴가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날씨가 나쁘니까! 여름엔 보통 2주 거나.. 늦봄-이른 가을에 1-2주씩 여러 번 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여름에 5주 휴가 간다는 팀원이 있었다.


참고로 우리 회사 휴가 일수는 주 5일 근무인 경우 일 년에 30일이니까 몰아서 쓴다면 총 6주. 원래 25일이었는데 이번에 시범적으로 늘렸다고 한다. 법적 최소 유급휴가는 일 년에 20일 (대신 한국보다 국경일이 조금 적다고 한다). 독일도 법적 최소는 20일이지만 거의 많은 회사들이 30일을 준다고 하고 내가 오퍼 받았던 회사도 30일이었다.


작년 우리 회사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사이는 일주일 회사가 문을 닫아서 모두가 휴가를 써야 했다 (연구소/회사가 문을 닫아서 노는 거여도 자기 휴가 일수에서 까이는 것임). 프랑스는 이게 아주 흔한데 (1주도 아니고 2주 닫았었다) 여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많이들 그때 2주는 기본으로 쉬지만 일괄적으로 문을 닫은 건 우리 회사도 올해 처음 도입한 거라고. 나는 휴가를 아껴서 한국 갈 때 쓰려고 일주일만 쉬었더니.. 1월 첫 주에는 사무실에 사람들이 1/4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미국은 내가 일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고… 휴가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직종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에 대입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아서 글은 웃기지만 좀 슬펐다. 신장수술 때문에 2시간 자리비움은 과장이라고 해도, (미용 목적이 아닌 건강 문제로) 수술하면서 하루 이틀 병가도 아니고 자기 휴가 내고, 아님 심지어 휴가 왜 내는지 회사에 얘기도 못하고 가는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중환자실이 아니라면 수술 전후 입원한 상태로 메일이나 전화 확인하고…


여긴 아이가 아파도 파트너가 아파도 재택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게 가능한 회사도 많지 않은 것 같고. 이번에 휴가를 일주일반 썼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을 아팠다고 하니 동료가 그럼 그거 휴가 취소하고 병가로 바꾸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줘서 바꿨다. 심지어 휴가 다녀와서 플랫 메이트에게 휴가 중에 아팠어ㅠ 그랬더니 너 그거 병가로 바꿨지?라고 제일 먼저 물어봄… 그리고 감기로 아프면 다들 병가 낸다. 보통 하루 이틀이지만 일주일씩 사라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음. 병가는 휴가처럼 예측할 수도 없고, 프로젝트 스케줄이 있는데!!!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나도 낼 수 있는 거니까. 결국 그것까지 고려해서 프로젝트 스케줄을 넉넉하게 짜고 팀원들이 유연하게 일을 나눠야 하는 것. 우리 회사도 아직 이 스케줄링을 아직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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