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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그릿 May 20. 2022

일단, 글쓰기


조지 오웰은 1946년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에서 글을 쓰는 네 가지 중요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순전한 이기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죽어서도 기억되고 싶어서, 어린 시절에 알았던 어른들에게 복수하려고 등의 이유로 글을 쓴다.

2. 아름다움의 추구: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잘 써진 산문의 탄탄한 구성,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리듬을 음미하려고 글을 쓴다.

3. 역사에 남고 싶은 충동: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분명한 사실들을 찾아내서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후대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려고 글을 쓴다.

4. 정치적 의도: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가 정치성을 띤 태도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메러디스 매런의 <잘 쓰려고 하지 마라>의 프롤로그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나는 '순전한 이기심' 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 글 좀 잘 써보겠다고 글쓰기 책들을 숱하게 읽어봤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글을 잘 쓰는 데 있어서 무슨 특별한 비결이나 비법은 없다는 것. 그저 열심히 쓰고, 꾸준히 쓰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는 것.



운이 좋았다.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으나 대개 잘 풀리는 사람들의 말버릇인 거 같다.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것보다 운의 덕으로 여긴다. 운도 실력이라 했던가, 운이 따르기 위해서는 일단 뭘 하고 있어야 한다. 운도 꾸준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일단 계속 글을 쓰고 있었으니 출간 기회라는 운도 찾아온 것 아니겠나.



미국주식 처음 시작할 때 양도세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한 해 수익이 250만 원 이상 발생하면 초과분에 대해  22% 양도세를 내야 한다. 요즘 시장 보면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는지. 먼저 수익이 나야 세금도 내는 건데 말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상상력이 좋다. 그리고 그 상상력에 발목 잡히는 일이 허다하다.



출간 작가가 목표인 경우에도 비슷하다. 출판사 선정과 투고, 출간 이후 홍보 등등 글쓰기 외의 것들이 괜히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핵심에서 한참 벗어난 고민이다. 글부터 쓰고 볼 일이다. 적정 분량 이상, 완결된 형태의 원고 준비가 먼저다.



그럴싸한 플롯이나 멋들어진 문체, 화려한 기교 서린 문장, 독특한 어휘 사용 등 특정 작가를 흉내 내는 것도 다 쓸데없는 짓이다. 어쭙잖게 처음부터 스타일에 집착하다 글쓰기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글은 그릇이다. 도구다. 잘못 쓰면 나중에 고치면 그만이다. 뭘 쓸까 가 먼저 아니겠나.




나쁜 원고는 언제라도 교정할 수 있지만, 빈 원고지를 들고 교정할 수는 없다.



원고부터 채우고 볼 일이다. 글쓰기가 먼저다.

잘 쓰려고 하지 마라.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말씀이시다.

그래서 오늘도 일단 쓰고 보긴 했는데.. 내일은 또 뭘 쓰지?

아몰랑 쓰다 보면 생기겠지. 쓸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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