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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Nov 23. 2019

얼굴과 등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사람들 사이에서 늘 웃는 표정을 화장처럼 하고 있던 그녀의 얼굴, 그러나 지금은 거의 무표정을 한 어쩌면 그녀의 가장 정직한 얼굴을. 살짝 다문 입술에 숨겨진 약간의 냉소, 날카롭진 않지만 어딘지 단단해 보이는 것은 눈빛 때문일까 싶은 홑꺼풀의 눈매. 그녀를 보며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이 모두 비슷한 자리에 눈썹과 눈, 코, 입을 갖추고 있으면서 또 모두 다르다는 것이 문득 새삼스럽게 여겨진다. 


그녀의 얼굴에서 또한 그녀의 어머니의 얼굴을 본다. 씁쓸히 웃을 때 지어지는 콧볼과 양볼의 주름이라던지 무언가에 골몰할 때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짓는 표정이 닮아있다. 얼마만큼의 유전자가 그녀에게 기능했을까, 아니 그런 표정들은 어쩌면 그녀가 자라며 보아온 그녀의 어머니가 짓는 표정의 후천적 답습 일지 모른다. 어머니가 느끼는 환희와 좌절 사이의 세세한 감정들을 그녀는 늘 살피는 버릇이 있었으므로. 어떤 류의 경험과 생각이 그녀의 뇌를 자극했고 그리하여 어떤 근육이 미세하게 혹은 완벽하게 수축하거나 팽창하거나 떨리며 오늘의 얼굴을 이룩해온 것일까. 의도된 표정이 배재된 그녀의 얼굴은 생경하다. 그녀는 스스로의 뒷모습을 바라본 적 있느냐고 초연히 내게 물어왔다. 


당신이 당신의 뒷모습을 눈으로 바라보는 일.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녀가 어떤 걸음걸이를 하며 걷는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때의 나는 어떤 뒷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이름 없는 사진을 전달받고 사진을 바탕으로 씁니다.

사진 | 2019년 5월 25일 혜진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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