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경화 Mar 22. 2024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가치소비

가치소비

소비자의 마음과 감정을 움직인다면, 그 힘으로 가격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 전우성) 



신혼 초였을 거에요. 

남편이 이렇게 말했어요.  "작고 예쁜 산을 하나 가지고 싶어. 염소도 키우고 닭도 풀어 놓고 강아지도 키우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언감생심, 우리에게 무슨 산.... 20평 내 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비웃었었지요.  말로는 "난 염소 밥주고 똥치우는 거 싫어" 라고 시큰둥 하게 대답했지요. 형제 많은 시댁, 일도 많고 탈도 많은데 게다가 중풍으로 아프신 어머님 모시며 마이너스 통장을 살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지요, 산이 생겼어요. 

언감생심... 말을 한지 이십년이 더더더 지나서였어요. 

우여곡절 맘고생에 돈 잃고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생긴 산이지만 남편이 말한대로 봉긋하게 잘 생긴, 서울에서 멀지만 지도에 이름도 나오는 봉우리가 생기게 되었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길도 없고 잡목에 풀이 우거지고 비오면 흙이 흘러내려 고랑이 패이고... 볼품이 없었어요. 

나는 돈 잃고 생긴 산이라 원망이 많았는데 남편은 정말 즐거운 거에요.  산림청 허가를 받고 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임도를 내고 산나물씨를 뿌리고 고랑애 패인 곳에 풀을 옮겨 심고 돌을 나르고..... 

토요일 새벽 서울을 떠나 어스름 해가 질째 일을 마치면 할아버지가 되어 있으면서도 너무 행복해 하는 거에요. 



평생 흰와이셔츠 입는 일을 하던 사람이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고 밀집모자와 장화를 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래, 행복하면 되었다. 당신 행복하면 돈 번 거보다 낫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즐겁게 할 일이 생겨 다행이고 또 감사해요. 보이지 않는 꿈을 보이는 꿈으로 확언하고 그 꿈을 우리의 생각과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 주신 하나님께 놀라게 돼요. 

돈 잃고 생긴 산, 이런 걸 가치소비라고 해도 될까요?





그 두번째 여름, 

남편은 삽질을 하는데 나는 나무그날 아래 앉아 책 읽고 음악 듣는 베짱이 부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고마워, 남편. 

얼토당토 않은 꿈을 꾸어줘서. 



writer, hi-dayss 23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