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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로 인생핥기 Feb 24. 2023

사건의 지평선

아기의 첫 코스믹호러

우리 아이특.

자기 전에 심각해집니다.

아니, 철학자가 됩니다.


죄와 벌,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 등등

그 소재도 다양합니다.


이날은 엄마 아빠가 자주 듣고 흥얼거리는 사건의 지평선이 주제였습니다.


“아빠, 근데요~ 사건의 지평선이 무슨 뜻이에요?”


이제 블랙홀 설명회가 시작됩니다.


“아가야. 사건은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거야. 지평선은 우리가 멀리 보면 땅이 안 보이는 선이 있을 거야. 이 선을 지평선이라고 해. 지평선 너머는 그 지평선을 가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잖아? 그래서 사건의 지평선은 우리가 사건을 알 수 있는 경계라는 뜻이야. 사건의 지평선 너머는 알 수 없다는 거지.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에 있는 건데, 블랙홀 안에는 아무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 안에는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몰라. 블랙홀 주변에 있으면서 그 내부를 볼 수 없는 가장 마지막 선이 사건의 지평선이야. “


이때부터 아이의 울음이 시작됩니다.


우리 아이의 첫 코스믹 호러.


우리 가족 모두 빨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냐며 울먹입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해 줬나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설명합니다.


일단 블랙홀은 인간이 가기에 너무 멀리 있다고.

그리고 이 노래는 사람의 마음이 잘 안 보이는 걸 블랙홀로 표현한 거라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사건의 지평선처럼 알 수 없지만 서로 사랑한다면 사건의 지평선 너머를 알 수 있다고. 뭐 대충 그런 거야.


아이가 하품을 시작합니다. 예스!


오늘도 겨우겨우 잠잠해진 밤입니다.


우리 아이의 마음도 알쏭달쏭입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감정적 격랑을 겪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처럼 아직 아이의 마음도 다 알 수는 없나 봅니다. 더 많이 사랑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잘 땐 그냥 잘 자자. 제발ㅠ



오늘의 다짐


너무 작은 아이에게 너무 큰 세상은 아직 두렵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지켜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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