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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먹보 Aug 21. 2021

핫하다는 RMR 기획해봅시다 (1)

줄서는 유명 맛집 <한남북엇국>과의 즐거운 콜라보레이션

코로나 이후로 HMR제품들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너도나도 뛰어들다보니 경쟁도 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남다른 것, 색다른 걸 찾기 마련인데요.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의 맛을 그대로 담아 집에서 먹는다는 컨셉의 RMR (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 인기를 끕니다. 많은 기업들에서 맛집과 콜라보하여 다양한 HMR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요.


이런 시류를 타고 저도 제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RMR을 기획했습니다. 한남동의 유명 맛집 <한남북엇국>과 콜라보를 진행했는데요. 워낙 연예인, 유명인사들 맛집으로 입소문이 잔뜩 나있어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 서는 맛집이면서, 개인적으로도 예전부터 좋아하던 찐 맛집입니다.저희 브랜드에서는 처음 진행하는 프로젝트여서 제게도 생소한 부분이 많았지만, 한남북엇국의 식구분들께도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저희 회사 내부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힘들면서도 즐거운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아마 콜라보레이션을 기획 중이시라면 브랜드 담당자 분들은 저와 대부분 비슷한 고민들을 하실거고, 혹은 음식점의 메뉴를 HMR로 출시하려고 고민하시는 가게 주인 분들도 여러가지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획자로 제가 고민했던 부분을 간략하게 적어보았습니다.

 


 1. 어떤 브랜드와 할 것인가?

 - 우리 브랜드와 톤앤매너가 맞으면서도 인기 있는 집


생각보다 콜라보 제품을 만드는데 드는 노력이 꽤나 큽니다. 양산화 레시피를 개발해야하고, 패키지부터 새로 디자인하고 홍보 계획을 짜고, 협력사와 라이센스 비용부터 관련 조건을 조정해야 하고... 대충 유명한 맛집이면 된다! 보다는 정말 꾸준히 인기 있는 맛집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집이어야 하고, 특히 저희 브랜드의 주 고객님들이 인지하고 있는 가게여야 합니다. 또 저희 브랜드와 톤앤매너가 어느정도는 맞아야 하며 신규로 오픈했을 때 저희 기존 제품들과 카니발이 많이 나는 제품이 메인인 브랜드는 지양해야 합니다. 조건이 많아서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2. 가게에서 의지가 있고, 연락이 닿는 곳

 

현실적인 문제인데요. 직접 가게로 전화 드리면 생각보다 어느 회사, 어느 사업부 담당자 누구라고 설명드려도 굉장히 매정하게 끊으시는 (잡상인 취급...) 분들도 많습니다. 아마 대부분 유명한 곳은 워낙 이상한 전화들을 많이 받으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요새 돈을 내면 잡지에 실어주겠다, 방송에 올려주겠다던지 말도 안되는 제안들을 하는 진짜 잡상인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면 사장님들은 관심이 있으신데 직원분들이 번거롭다고 느끼시는지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으시더라고요. 아마 그냥 일이 뭔가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미리 차단해버리셔서 사장님과 대화할 찬스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SNS나 공식 사이트에 있는 이메일로 연락 드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 확인을 잘 안하시고... 사실 건너건너서라도 지인소개로 받아야 그래도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가게에서도 이런 HMR화에 의지가 조금 있으셔야 하는데, 노포나 맛에 대한 고집이 있으신 분들은 이런 HMR 제품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많으십니다. 아무래도 오랜기간 맛의 고집을 가지고 운영하신 가게다보니 당연히 조심스러우실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주 많이 거절 당했습니다.)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지만 참 어렵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콜라보도 약간 인맥 싸움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거절에 대한 마상(마음의 상처)은 스스로 잘 보듬어야 합니다.   


 3. 어떤 제품을 할 것인가?


 <한남북엇국>과는 그래도 논의가 잘 되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하였는데요. 어떤 제품을 구현할 건지도 고민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남북엇국은 이 부분에서는 조금 쉬웠던게 시그니처가 너무 명확했거든요. "북엇국" 제 담당 브랜드 고객들도 좋아할만한 제품이어서 첫번째는 고민없이 선택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여러가지 고민들이 컸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많이 구매해줄까? (RMR은 기본적으로 제조원가에 수수료가 추가로 더 나가는 구조이다보니, 더 '잘' 팔려야하는 의무가 있거든요. 그냥 우리 브랜드 붙이고 파는 '김치찜'보다 '한남북엇국과 콜라보 한 김치찜'이 더 잘 팔려야 손익이 나기 때문입니다.), 공장에서 이 맛을 구현 할 수 있을까, 원가나 판가는 경쟁력이 있을까? 등등. 두번째 고른 제품은 '민어전'입니다. 한남북엇국을 찾는 손님들이 워낙 사랑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HMR로는 시중에 없는 제품이기도 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4. 어떻게 맛을 살릴 것인가?


이름난 맛집은 괜히 유명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맛에 대한 고집이든, (소위말하는) 마케팅의 승리이든 아무나 일궈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오랜기간 사랑을 받아온 맛집은 사장님의 맛에 대한 고집이 있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공장에서 양산화한 제품으로 백프로 가게의 맛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고집과 맛을 최대한 맞춰가고 만들어가는 것은 같이 협업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이고, 또 맛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다는 상품기획자로서의 제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재료부터 만드는 방식까지 하나하나 수많은 테스트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외식업을 하시는 분들이 HMR을 만드실 때 잘 알아두셔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A라는 레시피가 있다고 해서 그대로 공장에서 생산할 수도 없고, 똑같은 맛을 낼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RMR은 완성된 'A라는 제품의 맛'을 타겟팅해서 양산화레시피를 신규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해요. 저희 개발자분이 아주아주 많이 고생했지요.   


 4. 패키지, 제품의 성상, 중량, 판가 등등


말 그대로 디테일입니다. 유사한 제품은 얼마에 팔고 있는지, 기본 평균 중량은 얼마나 되는지, 냉동인지 냉장인지, 패키지는 어떻게 디자인할건지, 어떤 패키지 재질로 해야할지, 패키지 재질에 따른 MOQ (최소발주량)은 얼마인지, 패키지 금액은 어떻게 되는지 기타 등등...


 

작년말에 출시해서 다행스럽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네 주문해주세요)

조금 더 자세한 제품 기획에 대한 이야기 들은 다음번 글에 적어볼게요. RMR을 만들고 싶어하는 가게 사장님들에게 조금 도움 될 수 있도록 공장 양산화 시에 고민하셔야 할 부분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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