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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먹보 Mar 15. 2022

핫하다는 RMR 기획해봅시다 (2)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사장님과 기획자에게 작은 팁

지난번 한남북엇국 출시 이야기에 이어 조금 더 RMR 제품을 기획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작은 팁들을 더 적어볼까 합니다. 맛집의 메뉴를 HMR로 만든다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기를 바랍니다.


한남동 모던한식 레스토랑 일호식의 소반세트 제품입니다. 제 담당 제품…




1. 원가 : 얼마에 만들어서 얼마를 남길 것인가


제일 중요한 문제일텐데요.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원가와 비용을 계산하는 것 외에 꼭 중요하게 고려하셔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물류비와 납품가입니다. (※ '원가'라는 개념을 재무회계상의 매출원가로 의미해야 하는지 등의 어려운 논쟁은 여기서는 딱히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얼마가 남는지를 계산하는 게 목적이니 총원가의 개념으로 적용해볼게요.)


여기서 물류비와 납품가는 매장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소량으로 판매하실 때 보다는 마켓컬리나 쿠팡, 혹은 오프라인 마트와 같이 납품처가 있다는 조건 하에 설명 드리려고 해요. (아무래도 기대하시는 큰 매출은 큰 곳에 입점해야 나오니까요.)


 ⓐ 물류비

당연하지만 재화가 이동할 때는 물류비가 듭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물류비 비중은 적지 않습니다. 1T 냉동 탑차 한 대를 빌리는데 2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0,000원짜리 제품을 1,000개 이동하면 물류비가 2% 정도 차지합니다. 제품을 실제로 판매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1천개는 적은 물량이 아닙니다. 100개를 이동하든지, 1,000개를 이동하든지 1T 냉동 탑차는 여전히 필요한데요. 1천개가 아니라 100개를 이동한다고 하면 물류비는 20%가 됩니다. 팔아도 백퍼센트 마이너스입니다.


설마 100개 이동할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여기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고려 해보셔야 합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밀키트가 운영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아이템인 이유이기도 한데요. 대부분 밀키트의 유통기한은 6일입니다. 한 번에 대량으로 납품하는게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냉동제품은 유통기한이 대부분 1년이니 한 번에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제품들은 매일, 최소한 격일로는 배송해야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지요. 일 판매량이 최소 400~500개 정도는 되어야 본전 수준입니다.


그래서 기획단계부터 판매량과 물류비를 고려하셔서 냉장 제품을 만드실건지, 냉동 제품을 만드실건지 결정하셔야 합니다. 추가로, 냉동 제품은 물류비 대신 냉동창고 보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함께 고려하시길 바라요. (모든 게 돈 입니다!!!) 유통기한이 긴 냉동 제품은 한 번에 많이 만들면 고정비용이 쉐어되기 때문에 가격은 낮아지게 되지만 나중에 이걸 보관하는 비용이 더 클 수도 있거든요.


 

ⓑ 납품가

판매가격과 납품가격 차이를 고려하셔야 합니다. 온라인 식품몰에서 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약간 그들의 편을 들어보자면... 식품을 매입해서, 제품 온도에 맞게 포장을 하고, 집까지 새벽배송을 하는 - 고객 입장에서 아주 편리한 이 시스템 - 이 돌아가는 것에는 큰 비용이 듭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판매가격 (권장소비자판매가 기준)이 1만원이라면 납품 가는 대략 60~65%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 기준으로 가격을 생각하시고 이익을 계산하셔야 된다는 걸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2. 레시피 : 공장을 태워도 가게의 맛이 그대로 날까?


참기름 하나만 달라져도, 프라이팬 하나만 바뀌어도 변하는 게 맛입니다. 주방에서 섬세하게 만들어 낸 맛을 공장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특히 살균/멸균 작업을 한다던지, 제조공정 상 조리방식을 바꾸면 동일한 맛을 내는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 레시피를 그대로 만드는 게 아니고, 어떤 맛의 지향점을 포인트로 잡고 타겟팅해서 개발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다보니 맛을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R&D의 연구개발력이 있는 업체와 공장이 절실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RMR들은 대부분 컬리, 프레시지와 같은 업체와 라이센스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률은 조금 낮을 수 있어도 훨씬 쉽고, 퀄리티가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3. 패키지 : 패키지 재질에 따른 MOQ (최소발주량)


패키지 디자인은 당연히 매우 중요하지만 그 외에 패키지 가격과 MOQ(최소발주량)을 꼭 고려하셔야 합니다. 부자재가 차지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꽤 큰 편인데요. 제품을 살리는 포장도 매우 중요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없도록 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파우치라던지, 리드지와 같은 비닐류들은 대부분 최소발주량이 큰 편인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종이류는 상대적으로 적은양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발주량이 적을수록 가격은 올라가겠지만 초반에 예상판매량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성품 패키지를 이용하여 스티커나 라벨 등의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도 고려 해보시면 좋습니다.  


패키지 각각의 장단점


4. 가격: 얼마에 팔까?


가격설정의 기본이지만 경쟁사 가격들을 자세하게 살피시고 잘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매장에서 1천원에 파니 그대로 HMR로 만들어 1천원에 팔아야지로 생각하시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단칼에 명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제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건 외식보다 HMR 가격에 고객들이 더 타이트한 것 같습니다. 가게는 아무래도 분위기라던지, 제공받는 서비스들을 포함하여 가격을 생각하지만 HMR은 온전히 음식에만 집중하다보니 높은 가격에 대해서 민감한 편인 듯 합니다. '패키지를 고급화하여 밸류를 올린다'는 이상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실 아주 프리미엄 라인의 제품이 아니라면 슬프지만 막상 고객들이 크게 반응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5. 제품 : 무슨 제품이 잘 팔릴까?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에서 출판 한 22년 푸드트렌드 (2022 푸드트렌드. 3色단백. 문정훈)에는 마켓컬리의 RMR 판매 추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분석이 잘 되어 있는데요. 마켓컬리 내 RMR의 매출액 기준 65% 이상이 '한식'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17년 1월~21년 8월, 마켓컬리 RMR 판매데이터 요약자료) 코로나 이전에는 HMR, 밀키트 등은 특별한 한 끼로 먹곤 했지만, 점차 일상식으로 변하고 있지요. 꼭 한식이 아니더라도, 특식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지속적으로 판매를 꾸준하게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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