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없는 글은 세상에 없는걸까.
아이가 태어난 해인 2018년 봄은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을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이전까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 블로그 글을 읽는 정도였는데 입덧으로 인해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그로 손이 갔다. 임신했던 해에도 블로그를 그닥 즐기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언어치료 이야기를 정리해서 올리거나 교재교구를 간단히 리뷰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이 2년 정도 지났을 즈음 블로그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마구마구 샘솟게해주는 그런 공간이 되어있었다. 당시에는 '인플루언서'가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막연하게 상상하곤 했다. 언어치료사 인플루언서가 된다면 내 글도 조회수가 많아질까? 이웃이 많아질까? 이웃이 많지 않더라도 괜찮아! 그저 쓰는 이 시간이 너무 즐거운걸!
육아로 인한 답답함과 외출의 제한을 글로 풀어가는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2018년의 여름. 오늘 아침, 우연히 보게된 여느 베스트셀러의 (그분에 의하면) 인기가 없었다던 책 두권이 마침 2018년에 출간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분도 글을 정말 꾸준히 쓰셨기에 지금은 몇 십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구나.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인데 그 당연함을 무언가에 가려 잊어버리기 쉬워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2024년의 여름은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순수하게 글을 쓰시는 분들을 찾기가 이전보다는 쉽지 않은 느낌이다. 책 리뷰를 찾아보아도, 그림책을 찾아보아도, 협찬과 광고 문구가 하단에 달려있다. 수입이기에 나무랄 것은 없지만 막연하게 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7년 전 여름이 그리워진다.
아이들만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나도, 내 주변의 누군가도 그러한 것은 아닐까. 인스타그램에서도 피드에 글만 있는 게시글은 인기가 없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은 관심을 얻기 위해 어그로를 끌어야 하고, 영상은 필수적으로 올려야 한다.
블로그 공간 안에 삼삼오오 자신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경험과 생각을 주고받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 브런치 공간이다. 브런치 공간에 나 또한 내 책을 홍보하곤 했지만 그래도 글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였다는 왠지모를 정숙함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마냥 정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도 2021년부터 이 공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앞으로도 변하고 또 변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 하나에 물을 주고 자라게 하는 그 경험이 필요하다. 인스타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더라도, 블로그 또한 그렇더라도, 글 근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꾸준히 쓴다면 더 자라 열매를 맺어가리가 기대해본다.
아이를 재우고 난 후 블로그 창을 열어서 초보 엄마 냄새를 풀풀 품기던 2018년의 뜨거웠던 여름이 그리워지는 2024년의 여름날. 이 시간 또한 훗날에는 그리워지겠지. 변하지 않는 존재에 힘을 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