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쳐라이즈 Oct 25. 2021

개복치... 그리고 서현...

서현 2039-2051일, 서아 265-277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갯 소리 중에 '개복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큰 덩치와 달리 소심하여 작은 일도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받아 쉽게 죽는다는 이야기. 그저 웃으며 넘어갔던 이야기가 요즘은 남 일 같지 않다. 최근 서현이가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소 달라졌기 때문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더 받기 시작하는 서현이와 그로 인해 늘어가는 우리 부부의 걱정거리.


시작은 이랬다. 8월 말에 부랴부랴 이사 온 집 근처 시립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서 9월부터 다니게 된 서현이. 그런데 이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집에서 가져와도 되는 어린이집이었다. 그래서 서현이도 처음 초기에는 집에 있는 장난감과 인형을 가져가거나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몇 가지는 실제로 사주기도 했고, 서현이도 만족해하며 재미있게 놀았다.


문제는 어느 날 느닷없이 발생했다. 서현이가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카봇 자동차를 그 친구가 한 번 가지고 놀라고 해서 건네받게 되었는데 받는 과정에서 떨어뜨린 것. 이 과정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 서현이가 엄마한테 조용히 이야기했다.


"엄마, 내가 친구 카봇을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경찰서에 잡혀가면 어쩌지?"


처음 들었을 땐,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아이가 꽤나 심각해하고 있었기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 다독였다. 친구들과 노는 과정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고 실수로 그런 것이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해줬다. 덧붙여 어린이집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혹여나 문제가 되면 우리가 배상해주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서현이의 걱정은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어린이집에 가면서까지 엄마에게 다시 조용히 물어보고 걱정하는 얼굴로 어린이집에 등원한 서현이.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문제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특히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큰 걱정을 하고, 너무나 과하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기를 반복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심지어 물건한테까지 미안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함께 놀다가 나에게 부딪히면 굉장히 미안해하고(이런 걸로 뭐라고 한 적 없는데... 심지어 같이 놀고 있는데...) 쭈뼛쭈뼛 귓속말로 사과를 한다. 나아가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에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의자에 '내가 ~~~을 해서 미안해'라며 조용히 사과를 하고 다닌다. 그동안 안보이던 '물활론적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 나이에 맞지 않게 꽤나 성숙한 모습으로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던 서현이가 그러니 더욱 적응 안 되는 요즘이다.


어쨌든 이런 서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는 해야겠기에 몇 가지 시도하고 있다. 일단 동생이 생기고, 거주지를 바꾼 이사로 큰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서현이기에 마음의 안정이 생길 수 있도록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인 우리가 지지하고 있음을 느끼게 노력하기로 했다.


또, 갑작스러운 임용으로 바빠져 주말도 없이 시간을 못 내고 있는 아내와 협의해 일요일 하루라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사 온 이곳에서 친구들이 생기면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학부모와 친목을 다지며 친구 사귈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2021년은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생긴 해이다. 둘째 서아가 태어난 것은 물론, 아내의 임용과 그로 인한 이사까지. 성인이 된 나도 정신없고 모든 것이 낯선데 아이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나 보다. 서현이가 하루빨리 마음의 위안을 찾고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네 새끼 잘 먹으니까 좋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