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졸업한 동기가 몇 없었다. 정규직을 시작한 것도 나뿐, 사회인은 없었다. 나는 2018년 5월, 갓 졸업, 빠른을 떼고 24살로 사회에 나갔다.
여러 인턴 경험으로 업계의 열악한 사정을 알고 있고,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쫓기로 했다. 패션전문지 기자.
2009년 2월부터 패션잡지보기가 취미였다. 패션을 전공하게 된 것도 그 취미 때문이었다. 자연히 패션잡지 기자를 꿈꾸며 3학년때 저널리즘 수업을 들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조별과제로 잡지에 대해 조사하게 됐고, 그 열악한 미래에 좌절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전공 과제를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되어 준 패션전문지.
패션전문지를 선택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막학기 때 혼자 밀라노로 견학을 다녀왔다. 패션위크의 스트리트패션을 사진으로 담고, 각종 패션관련 수주회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떠난 밀라노에서 우연히 만난 바이어가 그런 이야기를 해 줬다. 파리패션위크에서 패딩이 등장하게 된 건 단순히 패딩이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그 해 파리의 겨울이 유독 추웠기 때문이라고.
어찌 보면 굉장히 당연한 사실인데, 나는 패션 트렌드에 기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그 때 처음 알게 됐다. 당장의 유행이 뭔지, 다가올 유행이 뭔지 파악하느라 정작 트렌드가 생기는 이유는 분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트렌드 뿐 아니라 그 이면의 영역임을 깨달았다. 그걸 다루는 건 패션잡지가 아닌 패션전문지였다.
서류, 면접 등 단계를 거치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어느 정도 원하는지 티가 난다.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맞는지, 고민될 때 마다 면접에서 그대로 다 들키는 기분이다. 나처럼 표정부터 아무것도 못 숨기는 사람은 특히 그렇다.
국내 패션 전문 신문사 면접을 봤다. 좋은 결과를 얻은 걸 보니, 꽤나 진심이었나 보다. 끝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난 백수를 마치고 기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