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Nov 18. 2024

문화유산에서 찾은 한국화의 길…서수영의 헤리티지 코드

석기자미술관(120) <서수영: 헤리티지 코드 HERITAGE CODE>

서수영, 보물의정원 202421, 2024, 73×61cm, 수제장지에 금박24k, 합금박, 석채, 먹



서수영은 한국화가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한결같이 한국화를 그린다. 최근 작업은 헤리티지 코드(HERITAGE CODE).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오마주(Hommage)해 자기만의 색깔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미의 원형을 탐구한다.     


서수영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23년 9월 아이프라운지와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아이프칠드런 엔젤아티스트 특별 자선전>이었다. 이 뜻깊은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명의 인터뷰가 필요했고,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이 서수영 작가를 추천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시점에 출간된 안현정 미술평론가의 책 <한국미의 레이어>에 소개된 현대미술 작가 26명 가운데 서수영 작가의 이름이 있었다.    


 


미래의 새싹들에게 예술로 희망을훈훈한 자선 전시회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6616     



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의 개인전을 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 작가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서수영 작가의 개인전이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린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갔다. 이름처럼 반달 모양으로 생긴 반달갤러리 1, 2층에 서수영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두어 점을 빼고는 모두 올해 완성한 신작이다. 출품작 수가 많지는 않지만, 꽤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서수영, 헤리티지 코드 6, 2024, 163×132cm, 수제장지에 금박24k, 합금박, 석채, 먹
서수영, 헤리티지 코드 5, 2024, 163×132cm, 수제장지에 금박24k, 합금박, 석채, 먹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은 처음 공개되는 ‘헤리티지 코드’ 시리즈 신작 6점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단원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조선 초기 <백자 병>, 조선 후기 <백자철화포도문호> 등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명품을 오마주해 작가 고유의 시선과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작가의 다른 연작인 ‘보물의 정원’ 시리즈와 비교하면 형태와 색을 많이 덜어내 한결 단아하고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서수영, 헤리티지 코드 1, 2024, 163×132cm, 수제장지에 금박24k, 합금박, 석채, 먹
서수영, 헤리티지 코드 3, 2024, 163×132cm, 수제장지에 금박24k, 합금박, 석채, 먹


 

한국미의 특질로 자주 인용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에서 서수영 작가는 ‘격조 높은 화려함’을 자기 예술의 미학적 지향점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구려 벽화 탐구로 시작해 고려 불화 모사 제작을 거쳐 조선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 단위로 우리 전통 미술의 세계를 탐구하며 그 정신과 기법을 자기화하는 긴 숙련의 과정이 보여주는 방향성이 화이불치의 미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은경 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역사는 현재의 우리를 구성하는 시간의 누층이다서수영의 작업은 단순히 옛것의 권위와 상징을 예찬하고 모방하는 상고주의(尙古主義)를 표방하는 고답적 시각이 아닌한국미술사를 직조하는 고전미학과의 연계성 속에서 한국미의 특질과 동시대성을 찾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서수영의 작품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다. 작가는 한지 죽을 만든 뒤 거푸집에 넣고, 다 마르면 한지 틀을 떠내 화판에 붙여 작업한다. 우선 거푸집 단계에서 형태를 정교하게 만들어 화판에 얹고 금박을 구겨서 아교로 붙인 뒤 그 위에 석채를 바른다. 그런 다음 볼펜으로 눌러 자기의 빙열을 만들고 금색 선으로 틈을 메워 마무리한다. 서수영의 부조회화는 작업의 전 과정에 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노동집약적 과정의 산물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견고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한국 전통 미술의 화려한 재림서수영 작가의 작업실 1

https://www.youtube.com/watch?v=3V3EGpqZuYA     


고려 불화에서 조선 백자까지 집요하게 그려낸 30서수영 작가 이야기 2

https://www.youtube.com/watch?v=dD7f1irugsA     


전시 관람에 이어 유튜브 미술 채널 공셸TV가 공개한 서수영 작가 작업실 탐방 영상 2편을 보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시 기간에 일부러 맞춰 영상을 공개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서수영 작가가 고등학교 때 부모님께 보낸 편지 내용이었다. “그림 그리고 있으면 배가 안 고파요.” 내 페이스북 프로필 문구와 어쩌면 그렇게 통한단 말인가. “밥 대신 그림 보고 책 읽으면 배부릅니다.” 한국화가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서수영 작가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시 정보

제목: 2024 성남작가조명전 <서수영헤리티지 코드>

기간: 2024년 12월 22()까지

장소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문의: 031-783-8000     




작가의 이전글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과 김호석, 김정헌의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