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자미술관(121) 김낙준 컬렉션 <龍산에 날아오른 청龍>
금성문화재단은 금성출판사 창립자인 故 김낙준(1932~2020) 전 회장이 출판사를 운영해 얻은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1993년에 설립했다. 독서 지도 교사와 학생에게 ‘독서대상’을 주고, 전국 6천여 초등학교에 도서를 기증했으며, MBC 창작동화대상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1994년에는 중국 연변에 있는 용정중학교에 ‘윤동주 기념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금성문화재단이라는 이름이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것은 재단이 소장한 미술품 컬렉션 덕분이다.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를 다니고 미술책을 읽으면서 금성문화재단 소장품을 꽤 많이 접했다. 당연히 재단 소장품의 면면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낙준 전 회장은 생전에 미술품 수집에도 열의를 쏟아 800종이 넘는 고미술품을 수집해 재단에 헌납했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금성문화재단 김무상 이사장은 책과 도자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누구보다 지극했던 故 김낙준 회장의 뜻을 기리는 마음으로 2023년 재단이 소장한 도자 유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록 《THE CERAMICS》를 출간했다. 그리고 올해 가을 용리단길로 불리는 서울시 용산구의 구시가 건물 여러 채를 개보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면서 그 시작으로 KCS(Kumsung Cultural Space) 뿌리(ppuri)라는 전시장을 만들고 한쪽에 김낙준 컬렉션 상설전시실을 조성해 금성문화재단 소장 유물을 선보이는 첫 소장품전 <龍산에 날아오른 청龍>을 연다.
출입문을 들어가면 왼쪽에 금성출판사 연혁을 보여주는 전시공간과 아트샵이 있고, 오른쪽에 김낙준 컬렉션 전시장이 있다. 전시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제법 운치 있게 내부를 꾸며놓았다. <龍산에 날아오른 청龍>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용산에서 여는 첫 소장품전의 의미를 살려 금성문화재단이 자랑하는 용 문양이 새겨진 조선 청화백자와 철화백자 6점을 선보인다. 전시 설명문은 다음과 같다.
“남산에서부터 한강에 이르는 지역, 용산龍山을 두고 고려 문인 이인로는 ‘봉우리가 굽이굽이 서린 형상이 푸른 이무기 같다’라고 하였다. 천년 수행을 끝낸 한강의 이무기가 마침내 용이 되어 우리 앞에 날아오르듯, 용산의 새로운 문화 예술 플랫폼 KCS의 개관을 맞이하여 갑진년 청룡의 해 끝자락에서 금성문화재단은 한국의 용을 주제로 한 김낙준 컬렉션의 조선백자 6점을 대중 앞에 선보이고자 한다.”
어린 시절 금성출판사 전집을 읽은 기억이 난다. 위인전집, 삼국지… 그때는 집집마다 금성출판사 책이 적어도 한 질은 꼭 있었다. 금성출판사는 꽤 수준 높은 화집을 여러 전집으로 출간하기도 해서 <한국근대회화선집>이라든가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100선집> 같은 큰 판형의 고급 화집을 보고 있노라니 감출 수 없는 물욕이 솟아올라 잠시 어지러웠다. 저 거질을 구한다 한들 대체 좁은 방구석 어디에 들여놓는단 말인가.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헌책방에서 만날 날이 있으리라.
금성문화재단이 대로에 면한 건물부터 이 일대 건물 여러 채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중인데, 아직 공사가 한창이어서 지금은 전시관과 바로 옆에 붙은 카페 정도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전시관 한쪽에 잘생긴 느티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가을의 정취를 뽐내고 있었다. 앞으로 금성문화재단 소장품을 번갈아 전시한다고 하니 도자 유물뿐만 아니라 내가 정작 궁금한 회화 작품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