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고를 한 달 전의 자신감 넘치던 나에게 바칩니다.
지금의 회고를 한 달 전의 자신감 넘치던 나에게 바칩니다.
문제의 시작은 시즌 테마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한 달 전, 빼곡했던 프로젝트 스케쥴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겨우 숨통이 트일 때였다. 마케팅 담당자분의 할로윈 기념 이벤트라는 회의 안건은 평소 시즌을 꼭 챙겨야 한다며 노래를 부르던 나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마케팅 담당자분의 아이디어는 간단한 할로윈 테마를 만들어 기존 회원들에게는 재미난 경험을 주고 소소한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해 보자는 것이었다. 모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오픈 예정일까지 겨우 2주도 안되는 시간만 남아있었지만 ‘간단하고’,’쉬운’ 만 생각하며 오케이 콜을 외쳤다.
‘한 달 후에 울면서 밤새고 있을 차차님의 모습이 너무 선명해..’
동료 디자이너의 외침은 무시한 채..
이전 프로젝트들에서 스케줄 관리가 미흡해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다른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지으면서도 틈틈이 일정도 짜고, 대충의 기획도 잡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잡았던 일정은 프로젝트 시작 전 주말 동안 기획을 마무리하고 3일간 포스터, 스테이지 이미지 작업, 기타 이미지 작업, 엑셀 작업을 포함한 모든 이미지 및 개발 전 작업을 끝내놓는 것. 그렇게 할로윈 프로젝트는 별 탈 없이 진행될 것 같았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조금의 여유도 없는 빡빡한 스케줄.
할로윈 프로젝트의 첫 째날, 시작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기획, 디자인을 위해 잡아놓았던 3일 중 하루를 이전 프로젝트의 수정 등의 이슈로 거의 날려버렸다. 돌발 이슈를 고려하지 못한 촉박한 일정 관리의 결과였다.
안 되겠다 싶어 이틀째 되는 날은 밤을 새워서라도 작업의 절반은 끝내 놓으려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슈는 항상 터진다. 그동안 구두로 설명해왔던 개발 이슈들이 대혼란을 가져온 것. (당시 개발팀은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인원 분배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기획과 관련된 개발 이슈에 대한 정확한 담당자 지명, 해당 이슈에 대한 정확한 설명 등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는 생각보다 데미지가 컸다.(멘탈에..) 기획 내용을 문서화하지 않은 채 혼자 생각만 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나의 두 번째 실수였다. 잠시 팀플레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와 함께 지나버린 반나절이라는 시간은 치명적이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틈틈이 완성해놓았다고 생각한 수많은 기획은 빈틈투성이였다. 스토리보드를 정리해 나갈수록 스토리의 허점이 막연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기획만 겨우 끝낸 채로 프로젝트의 이틀이 지나갔다.
조급한 마음뿐인 셋째 날이 되었다. 기획을 정리하며 없던 영상까지 추가해야 했고, 다음날과 다다음날, 이틀간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이슈가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어 모든 작업이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거기다 개발팀의 이슈로 개발 담당자가 개발자A님에서 개발자B님으로 바뀌어 기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개발자B님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주셨다.)개발과 디자인 반영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졌고, 개발 부분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갔다. 미리 해놓았으면 버리지 않았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직 포스터와 배너, 영상 등이 남아있었지만 테스트가 가능한 정도 선으로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맘졸이던 귀향 여행(?)이 끝나고 닷새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하니 주말에 있던 행사 짐들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정리해야 했지만 짐들은 마음 한 쪽에 미뤄두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세 번째 실수. 이 과정에서 그때의 나는 크게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개발자A님과 개발자B님의 재교체가 있었고 그에 따라 당연하게 업무 전달이 있었다. 담당자로서 당연히 개발자B님이 어디까지 진행하였고 개발자A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당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배정해야 했다. 또한 바로 다음 날이 오픈 전날이었기 때문에 개발자A님의 다음날 출, 퇴근 스케쥴이 어떠하며 언제 협업이 가능한지, 마무리 확인을 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하였어야 했다. (우리 회사는 자율 출퇴근제로 출, 퇴근 시간이 서로 다르다.) 여차저차 이날까지 이미지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엉성한 상태로 오픈 전날을 맞이했다. (사실 다음 날 자정에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라 디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폭풍전야처럼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다. 테스트 결과 인증 버튼이 눌리지 않는 작은 오류가 발견되었지만 데이터 관련 이슈라 금방 해결되었고 필요한 이미지 작업도 빠짐없이 해놓은 상태였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마케팅 담당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벤트 상세 기획을 확정 짓고 이미지 작업도 내가 하겠다며 자진하여 작업을 맡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개발자A님의 퇴근 소식이 들려왔다. 오후 5시가 겨우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빠른 퇴근이었다. 하지만 오전에 있던 문제는 해결이 된 상태였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간만에 반반차도 쓰고 이른 퇴근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밥도 먹고 쉬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9시가 넘어가는 걸 알아차리고 혹시 몰라 테스트를 한 번 더 진행하였다.
‘이게 왜 이러지?’
오전에 발생했던 인증 버튼 이슈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당황한 나는 바로 개발자A님께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셔서 30분쯤 후 확인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마음졸이며 기다리던 시간이 되자 개발자A님의 연락이 왔다. 오전에 있던 오류와 같은 오류였으나 본 서버에서는 원활히 돌아갈 것이라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현재 개발자A님의 노트북에 접근 권한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태라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회사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개발자A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개발자B님에게 연락을 드려보기로 하였다.(두 번째 죄송한 분이시다..) 다행히 개발자B님은 접속이 가능하여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일을 부탁드렸다.(맛있는 한 끼 제공 약속과 함께) 덕분에 이슈의 확인, 해결이 끝났고 때마침 회사에 도착한 개발자A님의 수고로 10월 30일, 할로윈 전날 자정에 무사히 오픈할 수 있었다. 초보 담당자의 첫 프로젝트가 (어찌 되었든) 무사히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