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캥거루 Nov 15. 2021

PM 미션: 사업부와 깐부 맺기

사업부와 친해지면 뭐가 좋을까?

"다가오는 연말연초에 진행할 프로모션에서 선물하기 기능이 꼭 필요한데 개발이 가능할까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다소 난감할 것이다. 기존에 진행하던 일도 있고 여력의 개발 리소스도 없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미 머릿속에서 "No!"를 외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질문을 듣자마자 "불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당신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건네는 순간, 십중팔구 사업부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이미 켜켜이 쌓인 회의감 위에 '또 안되는구나?'라는 회의감이 한층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부의 요구는 종종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갑작스레 찾아온다.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을 줄여갈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사업부의 요구를 줄이고 협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면 PM의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 '갑작스레 찾아왔다.'는 것은 '항시 곁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들고 오면 곤란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전에 PM인 우리가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고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영역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이 그렇다. 기술에 대한 이해나 사용자 관점의 사고는 몸에 배었고, 정책을 세우고 기획하는 것은 비교적 잘 하지만 사업부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많이들 껄끄러워한다. 그런 분들이 다시금 도전을 다짐하는 데 아래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업부 담당자와 깐부 맺기


사업부 담당자와 깐부를 맺어보자!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나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거나 일을 하던 파트가 변경되면 자주 소통하게 될 사업부 담당자가 누구인지 가장 먼저 알아보는 편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훈과 일남이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깐부를 맺기 위한 노력이다. 사업부와 친해지면 생기는 장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1) 비즈니스 트렌드와 지식 습득이 용이하다.

 흔히 PM(혹은 기획자)이라면 "비즈니스, 기술, 사용자" 세 가지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PM은 사업도 잘 알아야 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사업 개발로부터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직감적으로 아는 것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사업부 담당자와 친해지면서 시간을 들이면 갖출 수 있는 역량이다.

 담당자와의 접촉을 늘려 가다 보면 대화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시장의 흐름, 경쟁사의 움직임과 같은 사업 트렌드와 지식을 습득하기 용이하다. 사업부 담당자에게 들었던 것들을 토대로 우리 회사가 속한 도메인에 대한 이해, 경쟁사 서비스 및 사업 전략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보자.


2) 사업부의 의중과 관점을 알 수 있다.

 사업부의 생각과 최근의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사업 전략을 갖고 있으며 어떤 지표를 개선하길 원하는지 의중을 파악할 수도 있다. 타 서비스가 실행한 사업 전략이나 마케팅 중 주목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었고, 우리가 계획 중인 프로모션은 어떤 것이 있는지알 수 있다.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을 질문해도 좋지만, 때로는 업무적으로 필요하겠다 싶은 질문들을 준비해 가도 좋다. 특히 상대의 성향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할 것을 권장드린다. 교감 형성을 위한 티타임을 선호하는 상대라면 문제없겠지만, 아젠다가 불분명한 미팅을 지양하려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만남의 과정에서 알게 되는 정성적인 것들도 있다. 사업부 담당자의 성향이나 사업부 리더가 어떤 식의 판단을 내리는지를 알아두면 협업 및 설득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3)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함께 사업을 일궈나가는 입장에서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이 싱크 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나아갈 방향과 실행할 것들(예를 들어 프로모션)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단에서 어떻게 기여할지, 구현할 기능이 무엇이 있는지 사전에 고민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략적인 스펙을 가늠하고 리소스와 일정 등에 대한 대비를 해둘 수도 있다.


4) 시너지 효과가 있다.

 기업마다 제품 전략의 유무가 다를 것이다. 특별한 제품 전략이 없는 경우라면, 주로 사업 전략에 맞추어 제품이 따라간다. 그러나 제품 부서(혹은 개발 부서)의 의지가 강해 제품 전략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제품 전략과 사업 전략이 따로 노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제품 고유의 방향성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사업 방향성과 결을 맞춘 전략이 함께 세워져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회사의 기술력과 사업이 융화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거창하게 전사 단위의 시너지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잘하게 발생하는 협업부터 한결 매끄러워진다. PM으로서 사업부에는 공동의 전략 달성을 위해 제품 쪽에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하는 테크니션들에게는 일의 목적과 맥락을 분명히 설득하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5) 내 편이 생긴다.

 결정권자가 참석한 최종 컨펌 자리로까지 올라가는 안건이 있다고 하자. 사전에 사업부와 충분히 교감이 형성되어있다면 이보다 든든한 지원군은 없을 것이다. 최종 컨펌을 받으러 가져오기 전에 수차례 상황과 맥락이 공유되고 일을 진행할(혹은 중단할) 이유와 목적을 상호 간 납득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꼭 누군가를 설득하고 납득하는 과정이 없어도, 친밀감과 교감이 선행되면 힘들이지 않고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사업부와 친해지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살펴보았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사업부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좌절한 경험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부딪히지 않고 거리감을 두고 싶은 분들이 계실 수 있다. 그런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한 번 더 용기를 내보셨으면 좋겠다. 사업부와 라포(공감대)가 형성되고 생각이 동기화되면 회사 전체로도 플러스지만 무엇보다 당신이 사업부가 인정하는 유능한 PM이 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하기 전 확인할 필수 질문 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