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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Mar 05. 2022

의사 선생님께.

요즘에 나는요


죄송해요. 병원을 안 다니기 시작한 지 3주가 되어가네요.

약을 끊어서 인 건지 근래에 갑자기 급체로 인해 며칠 동안 아파서 그런 건지

원래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약했던 건지

왜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저요, 그렇게 맘먹고 끊었던 자해를 며칠 전에 다시 했었어요 죄송해요.

이유는 또다시 내 아픔을 가지고 남에게 이해를 끝없이 바라고 그 사람들이 떠나갈까 너무 두려워지고 제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져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필요시에만 먹는 약을 안 먹고 잘 버티며 살았는데 그날 감정이 폭발해서 그런지 쌓여있던 필요시 약 10~15 봉지를 한꺼번에 먹었습니다.

조금만 먹으려 했는데 죽지 않을 것을 알았고

 바로 효과가 오지 않으니 초조해져 너무 많은 양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칼을 들어 손목을 긋는데

확실히.. 뭣도 모르고 그었을 때랑 달리

지금은 제 손목의 흉터로 마음에 무게가 생길 사람들이 떠올라서 정말 약하게 그었습니다.


점점 잠이 왔고 저도 모르게 3시간을 기절했는데

의지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을 외쳐댔습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꿈이었었던 건지 다행히 그런 통화기록이 없더라고요.


아무튼 그날은 남자 친구 덕에 잘 수습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거의 반나절 동안에 기억이 술에 취한 듯이 몽롱하게만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

안 그러려고 하는데 저는 선생님 앞에서도 밝은 척을 하려 하고 눈물을 참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한창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담 잘하다가 위에 일들로 선생님을 뵐 면목이 없어지니 가기가 너무 싫어졌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뇌의 어떠한 호르몬의 결핍으로 이러는 걸까요

어릴 때 가정환경이 문제였을까요

학창 시절이 문제였을까요

애초부터 사상이 모순적이고 예민한 저 자체가 문제인 걸까요?


최근에 급체가 심하게 와서 거의 일주일을 앓고 있는데 일도 못하고 아프기만 하고 누워있기만 하다 보니 더더욱 생각이 우울해져요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싫어져요

가족도 남자 친구도 친구들도

왜 항상 제가 필요한 순간에는 부족한 감정으로 날 대할까요

왜 항상 제가 베풀었다고 생각한 만큼 돌려받지 못할까요

그들은 그때 왜 그랬을까요

왜 결국은 난 혼자여야만 할까요


아니 이게 사실은 이기적인 생각임을 알고 착각을 하기가 싫습니다

그들은 이미 나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줬고

왜 저는 그것에 만족을 못하고 혼자 허덕여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글과 배우일 때만 감정에 자유로워요

직접 말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힘겹고 눈물이 너무 많이 나는걸요


힘내야 할 이유도 많고

힘든 이유도 없는데

왜 자꾸 저는 제 목을 스스로 죄어올까요?


결국은 또 이런 글들을 남겨서

누군가는 저의 글을 보고 아파한다고 생각하니

그 죄책감이 벌써 저를 짓누르는데 어떻게 해야하죠


다음에 병원을 가게 되면

말 말고 이렇게 글로 전해도 될까 싶습니다

이 모든 말들을 말로써 전달해드리면

제가 너무 힘들 거 같아요.

그래도 상담하는 몇 개월 동안에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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