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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Apr 23. 2022

제발

마지막 글이 아니길

어느 사람이 그랬다.

지하철 역 앞에서 기어 다니며 구걸하고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는데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환자들도 살려고 그리 노력하는데

왜 당신은 죽으려 하냐.


왜일까.

난 분명 살 이유가 충분한 사람인데도

왜 이리 모든 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버거운지

내가 생각하기엔 다 내 욕심에 비롯되어서

내 잘못이 맞으니까


종잇장에 베이듯 아픈 상처들이

수천, 수억 개가 되면

그게 결국은 큰 웅덩이가 된다는 걸

몸소 느낀다.


이제는 정말 포기해도 될까

부탁이 있다면

내가 만약에 죽는다면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제발 나로 인해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 말길

제발 잘 살아서 제 명에 다할 때 나를 만나러 와 주길

나 같은 사람들을 주위에 조금 더 보듬어주길

간곡히.. 정말 간곡히 부탁합니다.


정말 행복했어

내 가족들 내가 만난 사람들 친구들 연인들

모두 나에게 벅차고 감사한 사람들이었어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다 너무 나에게 과분했어


그걸 간과한 내 벌이라고 생각해주길

제발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말길

그 누구에게도 온전한 나를 보여주지 못한

그런 나를 용서해줬으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제발

추락하고 있는 구덩이에서 나를 발판 삼아 일어 서주길


이 글을 그냥 추억 삼을 수 있게

이게 유언이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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