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엔지니어링 하는 방법 첫번째
2020.8.27 | 구독하기 | 225호 | 지난호보기
운동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지죠. 밥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요. 자동차를 관리하지 않으면 고장날 확률이 커지죠. 자동차를 잘 관리하면 고장이 덜 나고요.운동과 자동차 관리와 같은 지표들은 선행지표 Lead Indicator에요. 체중과 자동차 고장은 후행지표 Lag Indicator 이고요. 베스트셀러 '실행의 4가지 원칙' (링크)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실패하는 사람과 조직은 후행지표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은 선행지표를 관리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혁신조직들과 뛰어난 혁신가들을 돌아봤어요. 많은 현상들이 설명이 되더라고요. 이 곳에는 원하는 미래를 열기 위해 어떤 선행지표를 움직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실리콘밸리의 비밀 중 하나는 '선행지표'를 잡는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문화'를 부르짖는 걸 많이 보셨을 거에요.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가 전부다. 바보야! 문제는 문화야.' 등등의 말들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왜 이들은 문화에 집중하는 걸까요? 아래 두 사람의 말이면 설명이 끝나는 것 같아요.
창의력과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해 지는 이런 시대에, 앞으로 잘 나갈 회사와 못 나갈 회사의 차이를 갈라줄 선행지표는 다름아닌 '문화'라는 빌게이츠와 사티아나델라에요. 왜냐하면 그 회사의 문화가 바로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짓고, 그 행동이 모여서 회사의 결과물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죠.
과연,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이 모인 이벤트를 참가하면 거의 매번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오늘 한국시간 새벽 4시경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 AMD 의 최고기술책임자 마크 페이퍼마스터 Mark Papaermaster 님과의 화상미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AMD는 한때 경쟁사(인텔, 엔비디아) 등에 밀려서 망할 뻔 한 적이 있어요. 2010년 경 시장에서는 "절대 사서는 안될 주식"으로 AMD가 찍히기도 했죠. 하지만 다시 살아았어요. 그냥 살아난게 아니라 바짝! 살아났어요. 최근 AMD의 주가는 올해 3월 대비 300% 정도 올랐어요.
오늘 이벤트에서 사회자가 물었어요. "AMD를 바꾼게 문화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성능 칩을 만들때 회사의 문화는 어떻게 바꾸셨나요?" 페이퍼마스터 CTO는 이렇게 답을 했어요.
요약하면 이래요.
뛰어난 리더들은 선행지표를 관리한다
오늘날 기업성공의 KEY는 사람이다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이 바로 문화다
따라서 기업 성공의 선행지표는 문화다
잘될 회사와 안될 회사는 문화를 보면 안다
그래서 뛰어난 리더들은 문화를 바꾼다
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다
투명하게, 열려있게, 위계없게 ... 식상한 것 같지만 그게 정답이다. 실행이 힘들 뿐.
좋은 문화를 누가 만들 줄 몰라서 못만드냐! 라고 물으셨다면, 문화를 만드는 짧은 공략집 하나를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 파트너인 팀 브래디 (야후의 첫 엔지니어)는 이렇게 조언해요. (동영상)
1. 네가 푸는 문제에 자긍심을 가져라. 앞으로 수없이 많은 난관이 있을텐데, 자긍심 없이는 헤쳐나갈 수 없다. 테슬라는 "석유가 아닌,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시킨다"라는 비전을 만들었고, 사람들을 따라오게 했다. (이런 비전이 없었으면 지금의 테슬라는 없었을 것-미라클레터 생각)
2. 다른 사람들이 따를만한 장기적 비전을 만들라. PC가 없던 시절 애플과 MS는 어떤 가정에나 있는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중요-미라클레터 생각)
3.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적고 롤모델을 만들라. 예를 들면 스포티파이의 내부 가치는 혁신, 협력, 진실, 열정, 즐거움 이다. 이런 가치를 계속 상기시키라.
"빨리 움직여서 부숴버려라. 뭔가 뽀개지 않는다면, 당신은 빠르지 않은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4. 좋은 문화는 내부 직원이 아니라 외부 고객을 향해 말한다. 한때 페이스북의 문화는 '빨리 움직여서 뭐든 뽀개 버린다' (Move fast and break things) 였다. 좋은 문화는 아니다. 이 문화는 페이스북이 일을 제대로 하는게 아니라 빨리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반면, 구글의 초기 문화는 '사악하지 말라' (Don't be evil) 이었다. 구글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외부에 하고 있다.
5. 다양성의 중요함을 사내에서 계속 이야기하라. 다양한 사람들을 함께 녹여낼 수 있는 문화가 더 창의적이고 성공적이라는 사실은 많은 연구결과들이 말해 주고 있다. 사업초기부터 동질적 사람들만 많이 뽑으면 나중에 다양한 조직으로 바꿀 수 없다.
6. 위를 잘 실천하여 사람들을 뽑아라. 새로운 사람이 같은 문화를 공유할 때 조직 전체의 문화가 건강하게 진화한다.
문화가 기업활동의 선행지표라면, 대표적인 후행지표는 실적이라고 해요. 따라서 좋은 투자자들은 실적을 확인한 뒤 투자하지 않는다고 해요. 후행지표를 보고 투자하면 늦으니까요. 실적은 자신의 투자가설이 옳았는지를 판단하는 근거자료 정도로 활용하죠.
예를 들어 한국시간 오늘 새벽 베스트바이가 작년 동기 대비 3배가 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어요. 2분기 온라인 매출이 242%나 증가했다고 발표했죠. 무시무시 하지 않나요? 하지만 곧바로 이런 말을 했어요.
"3분기 초반에 우리는 작년보다 20% 정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긴 했는데요. 앞으로 성장은 둔화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실업율도 높고 정부의 추가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현금을 덜 쓸 거라고 생각되어요. 그래서 저희는 3분기 전망치는 내놓지 않겠습니다."
이 소식이 있은 뒤 베스타바이 주가는 4% 하락했어요. 투자자들은 이미 지나간 2분기 실적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신 베스트바이 회사가 3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주가에 큰 악영향을 끼쳤어요. 투자자들은 후행지표 - 실적 - 보다는 선행지표 - 실적전망의 불투명성 - 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거에요.
투자자들이 봐야 할 기업의 선행지표에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예를 들면,
☑️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자금모집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 새로운 스타급 인재의 영입
☑️ 신규채용계획
☑️ 공장가동률
☑️ 재고 소진에 대한 데이터 (구할 수 있으면 대박)
☑️ R&D 진전 상황 (신제품 발표 등)
☑️ 회사의 다음 분기 실적 전망
이런 선행지표 중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으면 주가의 움직임도 미리 알 수 있겠죠. 대부분 이런 정보들은 ⭕회사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언론사 뉴스 ⭕회사 내 아는 사람 등을 통해 알 수 있을텐데요. 하지만 단편적 선행지표 하나 알았다고 해서 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알았다고 생각해서는 금물이에요.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죠. (칼럼 링크)
지금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모두 열심히 달려가는 분야가 하나 있어요. 바로 혼합현실(가상현실 VR and 증강현실 AR) 분야 인데요. 어제 오늘 네 회사 모두 하나 둘 씩 자그마한 혼합현실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 왔어요. 권투로 따지면 잽에 해당한달까요. 예를 들면,,,
✔️애플, VR 채팅회사 하나를 인수
✔️아마존, 여러상품 한번에 보는 AR 출시
✔️페북, VR오큘러스 브랜드 흡수 통합
✔️구글, 박물관과 제휴해 AR 앱 출시
이걸 보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어요. 첫째, 네 회사 모두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이 미래 비즈니스 먹거리 라고 보고 있다. 둘째, 네 회사 모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선행적 수단들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 브랜드 통합, 컨텐츠 회사와 제휴 등등) 셋째, 아직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 곳은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분야의 승자는 없다. 넷째, 하지만 언젠가는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22년 증강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계획이라죠.) 결론: 잽 처럼 나오고 있는 이런 뉴스들은 언젠가 크게 터질 스트레이트 한방! 을 예고하는 것 같아요.
에필로그
매일 실적을 내라고 주문하는 윗 사람들이 '라떼' 인 이유는 뭘까요. 바로, 선행지표는 관리하지 않고 후행지표만 보겠다는 자세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해요. 실적을 내라고 주문은 하면서 정작 실적을 어떻게 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딴청을 피우는 팀장님. 그런 팀장님을 보면 일할 맛이 뚝 떨어지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 팀에는 좋은 인력들이 다 떠나고, 결국 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정말 실력있는 팀장과 리더는 실적(후행지표)이 아니라 실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렛대(선행지표)가 무엇인지를 관리해요. 예를 들면,
팀원에게 부족한 지식이 무엇인지
팀원의 사기는 충만한지
팀원이 창의적으로 일할 환경인지
팀원에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지
등등이지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데다, 회사의 결과물까지 좋으면 소문이 퍼지면서 회사에 좋은 인재들이 계속 들어 오겠죠. 위로 올라갈 수록, 실적만 관리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건 후행지표니까요. 구성원들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선행지표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 보자고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