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코치 Mar 26. 2022

우리는 관심이 필요하다.(영화 "드라이브 인 마이카")


00. 영화배경


2021.12.23 개봉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입니다. 무라키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셰에라자드, 기노' 세 개의 단편을 합쳐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전체 맥락은 20년 동안 서로 사랑했던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러나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남편이 침묵을 유지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독특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데요, 아내가 남편과의 관계를 하는 동안 떠오르는 영감을 이야기하고 다음날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해줍니다. 



드라마 작가인 아내는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 원고를 작성하고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한 남자 주인공과 외도를 맺는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티브는 무라카미 로키의 또 다른 단편 소설 '셰에라자드'라는 소설에서 가져온 것이며, 특이한 점은 영화가 40분이나 지났을 무렵 프롤로그가 끝이 나고 본편이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프롤로그에서는 비극적인 사건 가후쿠의 아내인 '오토'가 다른 남자와의 외도를 남편 '가후쿠' 가 목격하게 됩니다. 



가후쿠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마주하고도 끝낸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결국엔 아내와 만나기로 한 날 지주막하 출혈로 아내 '오토'가 죽게 됨으로써 영화 프롤로그가 끝이 나고 본편이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영화 전체의 구조는 프롤로그는 문제를, 본편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나눠 진행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물려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1.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



남편 가후쿠는 아내의 혼외 관계를 언젠가부터 알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내색하지 않지만 아내의 외도에 대한 실망감, 분노, 슬픔, 의구심을 간직한 체 남편은 그대로 살아갑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왜 남편은 아내에게 말하지 않는 거지?' , '나라면 화가 치밀어 올라 바로 화를 낼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그냥 살아가는 거지?' 영화를 보는 동안 이런 답답한 마음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영화가 절정으로 가면서 조금이나마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건 바로 '지금처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마음 때문에 물어야 하는 질문들을 마음속에 묻어 버린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내가 외도를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데 이런 외도의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버리면 20년간 지켜온 서로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남편 '가후쿠'를 침묵하게 만든 것이죠! 영화 속에선 아내가 왜, 무엇 때문에 외도를 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처럼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봐야 하는 질문과 듣고 싶은 해답 속에서 여전히 망설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단 부부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여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들, 듣고 싶은 것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저는 부모님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요, 아직도 그때 왜 그렇게 하셨는지? 왜 나에게 아직 이야기하지 않는지? 이런 의구심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 먼저 물어보는 연습을 하고 시도하고 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 돌이켜 보면 시간이 흘러 평온한 상태가 되었는데 지금의 관계를 깨고 쉽지 않아 그대로 살아갑니다. 이런 걸 보면 영화 속 '가후쿠'와 똑같은 것 같네요! 하지만 해야 할 질문들과 듣고 싶은 대답들을 결국에 듣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린다면 이 또한 큰 상처와 한으로 맺혀질 것 같단 생각을 해봅니다. 살아계실 때 용기 내어 한번 질문드려 봐야겠어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요? 



2.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나를 이해하자



영화에서 중반부로 접어들면 '오토'의 마지막 외도 관계였던 '다카츠키'와 '가후쿠'의 운전기사 역할로 '미사키'가 나오게 됩니다. '다카츠키'를 통해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의 뒷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전기사인 '미사키'를 통해 비슷한 아픔을 서로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미사키가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가 죽은 어머니를 추모하고 가후쿠는 죽은 아내를 떠올립니다. 다카츠키와 미사키를 통해 묻지도, 듣지도 않고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가며 살아갔던 '가후쿠'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집니다.



3.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영화 중에 한국인 부부인 윤수와 유나 부부가 나오게 됩니다. 유나는 들을 순 있지만 말을 못 하는 장애를 가졌고, 윤수는 한국어 일어 영어 수화까지 4개의 언어를 할 줄 압니다. 전형적인 행복한 부분의 모습으로 나오지만 과거 아이를 유산하고 오래 고통을 겪었던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가후쿠가 알게 됩니다. 윤수가 영화에서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서로의 언어와 생각이 달라도 마음을 다하면 알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어찌 보면 가후쿠의 아내 '오토'는 병으로 어린 딸을 잃고 오랫동안 괴로워했고, 사라지지 않는 아픔을 묻어둔 채 지내다 '외도'로 남편과의 깨진 사이를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편인 가후쿠는 듣지도, 물어보지도 않았죠!



영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떠도는 다양한 생각의 파편들이 있습니다. 결국엔 사람은 관심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관심이란 타인에게 주의를 받기 위한 관심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관심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보면 운전기사였던 '마사키'가 부산에서 자신의 차를 타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키워고 싶은 강아지를 키우고, 얼굴에 상처도 사라진 장면이 보이게 됩니다. 어찌 보면 가후쿠도 자신보다 아내를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갔던 시간들이 아내의 외도에도 자신이 아니라 아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참아내는 역설적인 상황들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드라이브 인 마이카는 사람의 마음과 관심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나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관심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 Core Question


1)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들은 무엇인가요?

3) 만약 아직도 말하길 망설이고 있다면 무엇 때문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니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마(영화"인투더와일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