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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밝음 Sep 26. 2020

아이가 자전거 타기 성공한 날

이렇게 또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5학년 우리 딸... 이제는 나보다 힘도 세고 키도 비슷해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 눈에는 아이 같은 지윤. 아이는 요즘에도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플레이모빌은 아직도 종종 꺼내어 놀고, 침대방에 키친 세트는 절대 치우지 말라고 한다. 혼자 중얼중얼 이야기를 만들며 역할 놀이를 하는 아이. (몰래 엿들어보면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지윤의 방에는 아직 장난감이 가득하다. (요즘 초등생들은 방 안에 책상 하나씩은 두었던데) 어릴 적 놀던 소꿉놀이부터 마론인형까지... 장난감을 치울 때는 아이의 허락을 구하고 치운다. 해서 장난감이 별로 줄지 않았다. 하나하나 추억이 담겨있으니 나도 함부로 버리지를 못한다. 

어쩌면 아직도 내 기억 속 아이는 여전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다섯 살 아이로 멈춰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처음 친구네 집에서 자전거를 접한 뒤, 지윤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사주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도로에 타고 나가지 않겠다고, 자전거는 허락을 맡은 뒤 타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받아낸 뒤 자전거를 사주었다. 

혼자 몇 번이나 발을 구르고 또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질 뻔 하기를 수십 차례. 나는 아이가 조금 시도하다 포기할까 걱정스러워 도와주려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데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려다 나는 자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자전거 타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전거 타기 세 번째 날... 드디어 지윤은 혼자 두 발을 떼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자전거를 잡아주거나 가르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더니 혼자 방법을 터득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혼자 타는 법을 익힌 아이를 보며, 나는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발을 구르고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는 과정을 배워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섭섭했다.  내가 도와주지 않고도 혼자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힌 아이는 나도 모르는 새 쑥 커버린 것만 같았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를 조금씩 떠나보낼 준비를 할 때가 오는 것 같아서... 어느새 자란 키만큼이나 마음도 커버린 것 같아서... 섭섭했다.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내 도움 없이는 숟가락질도 못하던 아이는 스스로 토스트를 굽고 아침을 차려 먹는다. 내가 화장실도 못 가게 하루 종일 나를 붙잡고 있던 아이는 이제 나더러 혼자 장 보러 다녀오라고 손을 흔든다. 내가 옷을 입혀주고 양말도 신겨주던 아이는 혼자 옷을 꺼내 입고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고른다.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나도 모르는 새 아이는 자라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혼자 그네를 탄다.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만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멈춰있는데 아이는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 두렵기도 하다. 

토이스토리에서 앤디와 우디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도대체 왜?? 앤디를 떠나보내는 우디의 마음을 왠지 알 것만 같아서... 앤디가 더 이상 우디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그래서 슬펐다. (영화 속에서는 우디에게 또 다른 어린이 친구가 생기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치지만) 





아이는 혼자 자전거 타기를 배운다. 앞으로도 혼자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 언젠가 앤디를 떠나보내듯 나도 아이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법을 익힌 아이를 보며 대견하고 서운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모습이 대견했고, 내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어서 서운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것. 나는 이제 아이를 지켜보고 기다려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자전거 타기 성공, 이렇게 아이는 또 한 뼘 자랐다.



_엄마의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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