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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25. 2022

[동심찾기] 살이와 여행사이, 노도 섬 탐방기

벽련마을과 섬의 오브제





2021년 12월 16일

남해살이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트레킹!

여행으로 왔을 땐 여유가 없어 가지 못했던 섬 탐방을 가기로 했다.







이동면에서 버스를 탔다.  벽련마을에 내려야 하는데 생각 없이 멍 때리다가 한 정거장 지나쳤다. 두모에서 벽련까지 걸어가는 중.. 생각보다 가까웠다. 벽련에 도착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어마어마했다. 엄청 구불거리고 경사가 높았다. 벽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읍에 나오실까.. (?)




벽련마을



젖은 채 경계하던 고양이 두 마리.

비를 쫄딱 맡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야옹거리면서 계속 쳐다봤는데 줄 게 없어서 미안했다.



서포밥상




노도 가기 전에 있는 식당,  근이 추천으로 먹게 되었다. 멸치쌈밥을 남해에서 먹고 싶다면, 무조건 보증된 맛집에 가는 게 좋다. (갈치조림 등 다른 것도 먹고 싶었는데 배 시간이 촉박해서 빨리 나오는 멸치쌈밥으로 먹었다! 우리는 클 줄 알고 3인분을 했던 건데... 인원수대로 시켜야 한다!) 반찬도 너무 맛있고 시금치가 대박이었다. 브로콜리도 농사지으신 거라서 엄청 맛있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섬으로 출발!






+티켓은 배로 들어가면(도선) 끊을 수 있고,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

왕복 6천 원을 내고 배를 타면 노도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랜만에 배를 탔다. 약간 굴업도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바다 구경을 했다. 흐린 날씨 덕분에 풍경이 묘하게 신비로웠다. 안개 느낌도 좋고 너무 멋있었다.  10분 정도 타면 노도에 도착! 엄청 가까웠다.







파도의 물결, 눈앞엔 뿌연 하늘이 밀려왔다.

마음이 시원해졌다.





노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섬 한 바퀴를 다 돌기로 했다.

걷다가 허묘를 보기 위해 엄청난 계단을 걸었다.

아름다운 숲길이 나왔다.







노도의 오브제들.

비가 와서 그런지 촉촉하고 생명력이 넘쳤다.

진짜 오랜만에 걷는 거라서 체력이 딸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걷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섬 트레킹은 바래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반쪽만 걸친 그녀의 쿨함



옷 맞춘 것도 아닌데 비슷하게 입은 친구들이 귀여웠다. 다들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은(?)

걷는 내내 비가 계속 오락가락 내렸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씨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우중산책은 더 더 즐겨해서 이번 트레킹이 더욱 즐거워졌다. 흙길과 숲길을 걸으니 자연스럽게 생기가 돌았다. 나뭇잎에서 가을 냄새도 풍겼다. 생각보다 길이 평탄해서 어렵진 않았다.





노도에서의 하룻밤


도토리, 솔방울, 나뭇잎 같은 것들도 있었다.

누가 모아놓은 건지, 왜 모은 건지 무척 궁금했다.





섬을 걷다가 문학관을 발견했다.

화장실도 있어서 잠시 쉬어갔다.

책도 읽고, 공간도 구경했다.

이런 좋은 공간은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면 좋겠다. 아깝다.





문학관을 나와서 아래로 내려갔다. 이상한 길로 들어갔는데 더 이상 길이 없었다. 아니 있긴 한 거 같은데 도저히 갈 수 없는 절벽 느낌이었다. 길 찾는 근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저긴 무조건 아닐 텐데..)

결국 다시 빽해서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알고 봤더니 진짜 그 길이 아니었다.

왔던 길이 아니라 위쪽으로 걸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고 올랐다. 순식간에 너무 더워졌다.

사람들은 두꺼운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정자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엄청 흐려서 바다랑 하늘이 똑같은 색이었다.

 경계가 없어서 이상한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

좀 쉬다 보니까 서서히 오른쪽 하늘부터 날이 개기 시작했다!



비니 인간들과 아무개



삼각대까지 준비해온 근이 덕분에 알차게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가방이 무거웠구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맞춘 듯 비니를 썼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쓴 아무개






다시 수상한 숲길을 걸었다. 애들이 구운몽길이랑 비슷하다고 했는데, 자꾸 그 말을 하니까 구운몽길이 너무 궁금해졌다. 별 세 개 바래길이라고 하는데 막상 걸어보면 양쪽 다 절벽이고 길이 엄청 좁아서 위험하다고 했다. 꼭 걸어봐야지.


그나저나 나름 조심히 걸어가는데 자꾸 사람들이 내가 걷는 폼을 보고 웃었다. 뭐가 웃기나 싶었는데, 영상 보니까 비틀비틀 처음 걷는 망아지 같았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데...)







숲길을 내려와서 다시 마을로 향했다.






사실 노도 섬이 아니라 고양이 섬이었다고...

치즈 냥이들이 자기들끼리 놀다가

우리가 구경을 하니까 갑자기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저렇게 탁 앉는 거 아닌가.

사진 좀 찍혀본 고양이인가 싶을 정도로

포즈가 너무 전문가였다.






마을 쪽으로 오면 문화관 같은 게 있는데, 아직 공사가 덜 된 공간이었다. 무인 기기도 설치하고, 도서관처럼 책도 읽을 수 있어서 되게 좋아 보였다.


옆에는 옛 사진들이 붙어져 있었는데,

사진 속 그들이 너무 젊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과거의 사람들.




마을경로당



마을을 구경하다가 나와계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 공연 좋아하세요?"


"여기가 경로당이라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하지"


"어떤 노래요?"


"트로드도 부르고..."


"좋아하시는 트로트 있으세요?"


"국도 나오고 바닷가 나오는 노래인데..."


"7번 국도요? 이거 맞아요?"



그래서 할머니에게 7번 국도 트로트를 틀어드리니까 따라서 부르셨다. 노래를 너무 잘하셨다.

나중에 노도 오면 연락하라고

할머니가 번호도 주셨다.


구영자 어르신!

다음엔 노도에서 꼭 공연을 올리고 싶다.

할머니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서.







할머니는 가파른 땅을 수월하게 걸어가셨다.

오히려 개의치 않고 척척 가셨다. 노도 베테랑.





한두 시간이나 남아서 마을에서 시간을 때웠다. 배를 타고 다시 나가는 길! 문득 운전대가 너무 신기하고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막 물어봤다. 지금 보니까 무슨 초등학생 견학 나온 것 같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저희... 성인인데.. 감사합니다...



벽련마을



생각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예뻤던 벽련마을을 뒤로하고 엄청난 언덕을 올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바로 버스가 와서 급하게 뛰어서 탔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읍으로 향했다.





이른 저녁. 걸어서 그런가 미친 듯이 배가 고팠다. 읍 시장 안에 있는 엄청난 맛집. 이름은 '복례가마솥국밥' 우리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이 와다다 왔다. 이렇게 맛있는 국밥이랑 소머리수육은 먹어본 적이 없다. 입에서 녹았다.










오늘의 에필로그


같은 배를 타고 왔던 다섯 명의 아저씨들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40년 만에 우정여행을 오셨다고 했다.

우리도 몇십 년 뒤에 함께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섬 트레킹을 계속하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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