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S야. 오늘 잠은 잘 잤어?
오늘 할 일은 차곡차곡 해냈는지,
생각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 힘들었는지,
평범하고 평온하게 흘러갔는지 궁금해.
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너는 힘든 일이 있어도 티 내지 않은 성격이잖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 걸 알아서
친구로서 매번 미안했어.
학교 다닐 때부터 너는 그런 친구였어.
S는 무인도든 어디든 혼자 떨어져도
살아남을 것 같아.
이게 우리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그만큼 넌 누구보다 믿음직하고 대단한 애였어.
가끔은 너한테 부러움을 느꼈어.
네 몸에서는 늘 단단한 생존력이 있었거든.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나한텐
언제나 네가 어른처럼 느껴졌어.
가끔은 네가 지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넌 늘 너답게
무언가를 이루면서 살고 있더라.
어쩌면 우리는 조금 비슷한 면이 있었는지도 몰라.
새내기 때부터 진득하게 붙어 다니면서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었지.
항상 너와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던 거 같아.
‘내가 해봤는데 이거 진짜 재밌더라’
네 말에 나는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어.
아마 우리는 그때부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나 봐.
그래서인지 네가 나와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행보를 걷을 거라고 확신했어.
관광이나 콘텐츠 쪽에 흥미가 많았던 너니까.
전혀 다른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조금 놀랐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거 같은 데하고 걱정이 됐지.
근데 역시 내 기우였어.
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이해가 가더라.
언제나 네가 내린 답은 정답이야.
너의 선택과 말은 설득이 돼.
뭐, 나한테 설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나 이런 걸 해. 앞으론 이걸 할 거야
라고 말할 때면, 나는 항상 고개를 끄덕이게 돼.
S야, 아직 우리는 삶을 여행하는 과정 중에 있어.
우리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건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지.
지금 네가 뭔가를 시도하고
이루려는 건 멋진 일이야.
무언가에 고군분투한다는 거, 사실 쉽지 않잖아.
대학생 신분에서는 새로운 도전들이
늘 가볍게 느껴졌는데,
초년생 나이가 되니까 그게 참 어렵더라고.
지금 해도 될까,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너도 그랬어?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것들은
전보다 더 어렵고 무겁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해.
이번에 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또 다른 꿈을 꿔.
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언젠가 좋은 작품을 내고 싶어.
네가 나한테 말한 꿈, 내가 너한테 말한 지금의 꿈.
우리가 가진 꿈이 과정이 되고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그게 안 되더라도 우린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을 거야)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줄 알았어.
음. 사실 그런 건 없었나 봐.
그냥 네가 하는 삶의 선택과 시도를 지켜보고 싶어.
책임감과 야무진 성격 때문에 혼자서만 속앓이 하지 않도록, 너를 먼 곳에서 응원한다는 걸 다시 알려주고 싶었어.
S야, 우린 지금 작은 새가 되었을 뿐이야.
위태로운 출발을 하고,
목적지를 향해 필사적으로 날갯짓하는 새.
지루한 여행을 거쳐 드디어 도착이라고 믿었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닫는 새.
작은 새는 삶의 의미를 배웠어.
몇 번이고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하겠지만,
그 여행의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을 거야.
마치 새처럼,
우리처럼.
P.S 우린 금방 또 만나게 될 거니까,
그때까지 잘 지내.
2022.04.13
남해에서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