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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Jul 23. 2023

토스트로부터

narrative reccipe: vegemite toast

발뮤다토스터가 세상에 나왔을 때 디자인에 반한 이유도 있지만 죽은 빵도 살린다는 다소 충격적으로 강렬한 메세지와 노릇하게 구워진 새하얀 식빵 위에 한 조각의 버터가 올라간 그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대략 7만 원어치의 기능과 23만 원어치의 브랜딩이 발뮤다의 가격을 만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하고 흔치 않은 식재료를 써서 요리하는 많은 요리사들을 우러러본다. 하지만 발뮤다에서 보여준 토스트처럼 단순함의 극치를 구현하는 요리사들은 경이롭다.


베지마이트와 버터


빵에는 무척 까다롭게 구는 편이지만, 가끔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좋아한다. 곡물이 톡톡 씹히는 Rye식빵을 한 봉지 사다두면 스케치북을 산 것과 진배없다. 요즘 또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보는데 그중에 하나가 ‘베지마이트 + 알파’이다.


베지마이트를 얇게 펴 바르고 그 위에 버터를 두둑하게 펴 바른 조합은 전통에 가깝다. 그것을 조금 변형한 나의 버전은 마치 앙버터처럼 먹는 것인데, 베지마이트를 바른 빵 위에 두툼한 버터를 몇 조각 얹어서 빵을 반으로 접어 먹는 것이다.


베지마이트+피넛버터+바나나+헤이즐넛+소금+시나몬


나는 낫또를 넣은 토스트도 참 좋아하는데 보통 낫또를 간장과 겨자와 섞어서 비비는 것에 착안해서 베지마이트를 바른 빵 위에 낫또를 얹고, 알알이 머스터드를 살짝 바른 조합 또한 멋지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것에 치즈를 더해  파니니 그릴에 눌러서 핫샌드로 구우면 세이보리함이 몇 배가 된다.


호주에 살면서도 베지마이트는 호불호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고수(코리앤더)의 그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에 가면 꼭 베지마이트 토스트 팝업을 열고 싶다. 대신 남긴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 획기적인 팝업여야한다. 어떤 사명감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장벽을 넘어서는 경험을 주고 싶고 음식으로 얘기하자면 베지마이트만 한 재료가 없다.


베지마이트+크림치즈+아보카도+레몬+소금


*Vegemite은 영국, 호주등에서 빵이나 크래커와 함께 먹는 스프레드입니다. 간장의 짭조름한 맛과 치즈의 풍미가 느껴지는 세이보리한 음식이에요. 처음에 외국인들이 김치의 발효된 냄새를 어려워하듯이, 베지마이트도 어느 정도 퀴퀴한 냄새와 색 때문에 거부감과 오해를 받는 음식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면 여행 갈 때도 챙겨갈 만한 필수품이 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일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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