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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ug 26. 2023

나는 자전거를 위해 기도할게요.

[둥근사각형] 7. 건강한 요청들

밍밍이 MBA를 공부한다며 프랑스로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팬데믹 기간이라 학교는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고 어느 시점에서는 분교인 싱가포르에서 수업을 이어가야 했다. 싱가포르 역시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격리해서 관리하던 때라 학생들은 모두 일정 기간 동안 비용을 내고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호텔'이라는데 편차가 크다. 하지만 같은 격리 비용을 지불한다면 누구든 멋진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을 텐데 배정이 랜덤이었다는 것이다. 밍밍은 자신이 머무는 호텔이 꽤 좋은 호텔이라며 올해의 운을 여기에 다 쓴 거 같다고 했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답게 이 호텔의 원래 숙박 가격과 자신이 낸 격리 비용을 계산하면서 꽤 흡족해했다. 그에 반해 4성급 호텔에 배정이 된 어느 중국 유학생의 행동이 그날 우리 대화의 핵심이었다. 


그는 어떤 식의 논리를 펼치면서 5성급 호텔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유가 논리적이었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밍밍이나 나였다면 시도도 안 했을 논쟁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5성급 호텔로 옮기게 되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유별나게 구는지, 혹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그를 탓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행동으로부터 또 하나의 교훈을 스스로 찾았을 뿐이다.
'불가능하다고 절대 먼저 단정 짓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밍밍에게, 그 비싼 학비를 내면서 외국에 가더니, 이런 걸 배워 왔냐며 나는 놀리듯 칭찬을 했다. 



어떤 우연의 결과물로서 멜버른에 사는 목사님 댁에 저녁 초대를 받았고 그곳에서 우리는 멋진 기도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돌아가면서 기도 주제를 이야기했고, 각자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시람이 자기의 기도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목사님의 아들은 정말 순수하고 귀여웠는데 그의 기도 주제는 '새 자전거를 갖는 것'이었다. 호주는 8월이 겨울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아닌데 이 친구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고 있는 듯했다. 아빠인 목사님은 'Ok, we will come back to you.'라고 하며 어서 수습을 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도 그의 욕망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이것이 무척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을 꽤나 즐기고 있음이 얼굴에 묻어났다.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무언가 자기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건강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해서. 나는 더 동의할 수 없었다. (동의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망설이다가 하루를 보내며 해가 저물고 나서야 내가 못한 말에 대해 스스로 항변을 하고 하루를 접는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바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가 혼합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거절당할 것 같은 예측도 있을 테고, 무리한 부탁이라고 내가 판단해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상대가 해줄 것을 알지만 그에게 부담을 지우는듯한 무게감에 요청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사이의 신뢰를 저울질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나라면 이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를 따져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 이유는, 꽤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때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요청을 하는 방식과, 거절을 하는 방식, 그리고 거절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우리의 작은 방식들이 각각의 상황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나의 모서리에는 모가 나있다. 이곳저곳 부딪히다 보면 닳아서 둥글게 둥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조금 더 여러 개의 모가 생기더라. 예상보다 더 많아진 작은 모서리들도 언젠가는 닳고 달아서 둥글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작고 큰 요청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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