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민 May 27. 2020

연극영화과 선택해도 안 죽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기가 찰 때가 있다. 19살짜리가 별걸 다 걱정한다. 아이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부모님도 다를 바 없다. 왜 이렇게 가볍고, 왜 이렇게 근시안적일까? 놀라운 경제 발전은 있었으나 인생을 폭넓게 사유하기엔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했던 것일까? 때로는 학생은 안정감이 있지만, 어머니가 더 가벼운 경우가 많아서 놀랄 때도 적지 않다. 남들 다 가는 그 길은 과연 30년 후에도 여전히 안정적일까?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과연 오늘의 모습을 조금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때의 3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몇이나 될까? 불과 30년 전인데도 198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싫증 날 정도다. 뭐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모두 다 변했다.


변한다는 것 말고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과연 30년 전에 네이버와 다음이 주도하는 지금의 인터넷 문화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인터넷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짐작이라도 했을까? 30년 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치명적인 부를 창출한다는 것을 생각이라도 했을까? 30년 전의 수익모델 중 지금도 영향력 있는 것 중에 무엇이 남았을까? 불패 신화의 부동산일까? 신문 기사를 보라. 부동산의 상징과도 같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가격이 지난 4년간 절반으로 쪼그라 들었다고 한다. 물론 아직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은 탄탄하다. 진입장벽이 높은 의사나 법조인,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자산은 여전히 탄탄할 것이다. 여전히 부동산은 최고의 돈벌이 수단이며, 의대의 입학점수는 최상위 수준이며, 변호사는 지금도 돈을 많이 벌 것이다.


그러나 30년 후에는 어떨까?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예상과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일 것이고, 그 변화의 정도 역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 제러미 리프킨을 포함한 여러 석학이 말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들어 보라.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변화들이다. 결론은 한 가지, 변한다는 것 말고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급하게 미래를 내다보고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모든 것은 너 하기에 달려 있다. 변화하는 시대를 어떻게 이용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당장 조금 더 안정적인 것을 확보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무조건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하지 마라.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순간, 그것은 가장 불안정한 것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핵심은 희소성에 있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철저히 지배받는다. 올바른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가 내린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패기와 열정과 능력에 있다.


미래엔 어떤 직업이 가장 안정적일까?


연극영화과에 가도 죽지 않는다. 안정적이지 않다고? 그럼 도대체 네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직업이란 어떤 것일까? 교사? 간호사? 의사? 글쎄다. 요즘은 조금만 안정적으로 보여도 사람들이 쏠리는 바람에 객관적인 경쟁 자체가 치열하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직장들이 30년 후에도 안정적일지는 모를 일이다. 많은 객관적 지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안정적이란 말은 바꿔말하면 변화의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기존의 틀 속에 갇혀버리기 쉽다. 그럼 도대체 어떤 직업이 안정적일까? 사실 별로 없다. 안정적인 미래란 사실 없다. 그래서 통찰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성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통찰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통찰은 실패 속에서 만들어진다. 많은 독서와 깊은 생각, 치열한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콤 글래드웰이 인용한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혹독한 자기훈련과 자기절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통찰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읽어내며, 오히려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길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연극영화과를 선택해도 죽지 않는다. 자기만 잘하면 된다. 만일 고3이라면 졸업 후에 뭘 먹고 살지 미리 고민하지 마라. 과연 선진국의 학생들도 우리나라처럼 일찌감치 먹고 사는 고민 따위를 가르치고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변화를 즐기고 이용하겠다는 마음으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기가 원하는 삶에 도전하고 있을까? 그들이 여전히 선진국인 것은 다름 아닌 개척 정신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의 젊은이들이 병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로 위로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앞에 놓인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위로는 하지만 자신의 몫을 나누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변할 것이다. 결국, 너희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니 네가 지금 고3이라면 30년 후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20년 후도, 10년 후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당면한 문제들에 우선 집중하자.


지금 네게 가장 필요한 한 마디의 말


먼저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고민 많은 학생과 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현실 인식이 매우 결여되어 있음에 새삼 놀라곤 한다. 객관적인 성적이나 실력이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막연하게 상위권 대학만을 고집한다. 내신과 수능 성적이 형편없는데도 연극영화과를 선택하는 것이 불안정하지 않으냐며 수능과 실기 중에 무얼 선택할지를 고민한다. 사실 연극영화과도 만만한 입시가 아닌데 말이다. 대부분의 입시생이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초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미리 걱정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다. 눈앞의 일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성실하게 실력을 키워나가면서도 50년 후를 미리 내다보는 인생의 큰 목적도 함께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가 한 모든 말을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한 줄의 문장으로 남긴 바 있다. 지금 네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 한마디의 말, 그리고 실천일 것이다.


“10분 뒤와 10년 후를 동시에 생각하라”


매거진의 이전글 오직 작업이 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