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먹고 삽니다.
회사를 다녔을 땐 공직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공무원은 '공익'에 관련된 일을 하니까 아무래도 더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공무원들은 인간관계에서 선을 넘지 않을 거라고.
결국 회사 사장 잘 되라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고
그러나 9급 공무원이 된 후 공무원은 뭘 해도 국민들에게 욕먹는 집단이란 걸 알았다.
공무원이 코로나로 인해 업무 과중으로 일하기 힘들다는 등의 관련 기사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공무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많으니 빨리 그만둬."부터 시작해서
"세금 받고 일하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어디서 힘들다고 투정이야."는 식의 댓글까지.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얽매인 삶을 산다는 것.
녹을 먹고 산다는 게, 얼마나 어깨가 무거운 일인지.
말 하나 행동 하나
눈치 보며 살 수밖에 없는 것.
나 하나로 인해 조직 전체가 욕먹는 것.
내 말투, 내가 한 말 한마디로 꼬투리 잡을 민원인들은 도처에 깔렸다는 것.
왜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선호하는지 또한 알 것 같기도 하다.
묵묵히, 아무런 군소리 없이, 나라를 위해
자기를 그렇게 희생해야 하는 것..
월급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월급 보고 공무원 정말 못할 일이다.
민원 업무 또한 상상 초월이다.
한계선이 없다. 진상의 끝은. 마음의 병을 앓는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다.
민원인이 소송이나 안 걸면 다행이다.
9시 출근 6시 퇴근만 하면 다행이다.
공무원 학원 강사들은 수험생들에게 공무원에 대해 누구보다 아름다운 꿈을 심어준다.
그렇게 해야지 수험의 고통을 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공무원이 되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 현직 카페에서 공무원이 되고 나서 겪는 혼란과 아픔들을 보며 많이 공감한다.
공무원은 그냥 명예직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공직을 준비했지만,
막상 내가 생각한 국민의 이미지와 민원인의 괴리가 크다 보니,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사람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말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많이 아플 수 있다고..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생각 이상으로
일반 회사보다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오히려 각종 법규에 의해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소신'있게 일한다는 게 더 힘들다.
요즘 '적극행정'해야 한다고 많이 홍보 하지만,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 주는 공직 문화에서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 내부 직원들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이 주는 달콤함. 이것에 도취될까 봐 두렵다.
그리고 다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보호하는데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나는 탈출을 꿈꾼다. 또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