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완벽한 날들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책의 냄새와 나무의 냄새가 났다
책은 숨을 쉬고 있었다
음료 몇 잔을 시켜두고
책 사이를 어슬렁거려 보았다
뜨거운 차가 식고
오렌지 주스가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가봐야겠지만
창 밖엔 봄비가 내려
더 머무르기로 했다
마침 책방 주인과 음악 취향이 같아
더 머무르기로 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보여
더 머무르기로 했다
익숙하고 낯선 시인의 말을 보는데
갑자기 슬픔이 몰려들었다 파도처럼.
슬픔을 다독이기 위하여
나는 더 머무르기로 한다
몇 해전 아이들이 꼬꼬마일 때 북스테이를 했던 속초 완벽한 날들에 왔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 차를 가지고 왔다가 주차를 못하고 돌아가곤 했는데 오늘은 우산을 쓰고 걸어왔습니다. 맞아주는 느낌. 책방은 여전했습니다. 책의 냄새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음악과 조용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한참을 머무르고 나갑니다. 동쪽 바다 마을 어딘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참 많은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