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연말 행사로 자리잡기 위하여
2020년 12월 31일.
케이크와 와인을 준비하고 분주하게 모니터를 설치한다.
오늘은 우리 부부만의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부부 워크숍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말그릇' 책이었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 책이었는데 같이 공부하시던 동료분이 선물해주신 책이어서
때를 놓치기 전에 얼른 읽자는 생각에 선정한 책이었다.
그런데 책 내용이 상당히 좋았고 거기에서 작가분이 매 연말마다 부부끼리 간단하게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화 시간, 일명 '부부 워크숍'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읽고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연말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
기획해보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같이 공부하고 각자의 직장에서 자기 계발을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연말 한 해 성취 기준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1부는 20년 각자, 그리고 함께 했던 성취를 결산해보고
2부는 20년 서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21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개인 성취를 매 월, 그리고 가족/직장/자기 계발/투자/친구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성하여 나누었다.
자료를 만들면서 내 한 해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리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색다르고 좋았다.
무엇보다 뭉뚱그려서 '한 해 많은 일이 있었지..' 하고 넘어갔던 것이
'아, 나 올해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스스로에 대해 칭찬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얼마큼의 계획을 더 하면 될지 가시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의 재정결산을, 남편은 독서토론 성취를 맡아 자료를 준비했다.
올해 모은 돈과 앞으로 줄여야 할 곳, 그리고 목표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도 비슷했는지 자료를 상당히 열심히 준비해와서 2시간 동안 1부를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
2부는 조금 더 감정적인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서운했던 일, 고마웠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조금 더 주의했어야 했던 일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나 서로에 대해 아끼는 마음이 전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서로 생각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서로를 위해 배려하다 보니 못 다가선 부분도 있었고,
서로를 위해 더 하려고 하다 보니 선을 넘은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것에 대해 털어놓는 시간은 내년 한 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올해 4개월 동안 자산 18%를 상승시켰고, 독서 17권과 토론 17회를 진행했다.
내년에는 저축액을 60%까지 늘리고 주 1회 독서 1년을 채워볼 계획이다.
쉽지 않은 계획이지만 우리는 차근차근해보기로 했다.
달성하지 못해도 좋다.
그냥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라면 어떤 시간도 성취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