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om Nov 12. 2020

직계가족 결혼식을 진행합니다.

직계가족 결혼식을 계획하면서

결혼준비를 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일반적인 결혼에 대한 어른들의 상식이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일반 결혼에 대한 어른들의 상식.

1.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우리 아이에게 괜찮은 '흠'이 없는 상대인지)
2. 예단, 예물 준비하기 (이 때 아니면 언제 받아보나)
3. 상견례 하기 (우리 집안과 잘 맞는 클라스인지)
4. 집, 혼수 준비하기 (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
5. 결혼식 하기 (친척, 직장 사람들 다 불러서 성대하게)
6. 신혼여행가기 (신혼여행은 가야지)
7. 결혼생활 하기 (며느리는 집안일에 참여해야 하고, 사위는 돈을 많이 벌어와야하고)


잘못 알고 있는 점도 있겠지만 일단은 내가 생각하기엔 이렇다.

음.. 이 중 내가 생각하기에 공감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

아, 하나 있다면 1번 정도?

자신의 아이가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기준에서는 중요한 문제이긴 할 것 같다.


그런데 나머지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올해부터 조금씩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모으는 것이었고, 이 부분도 결혼 준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용적인 문제, 일반 상식에 대한 의문, 여기에 드레스를 죽어도 입기 싫은 나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기존 결혼식은 죽어도 하기 싫었다.


정말로 나를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내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더 풀어보자면, 이제까지 내가 가본 결혼식 중에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혼자선 걷지도 못하면서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서 인형처럼 방에 가만히 앉아 사람들이 오면 같이 사진을 찍고, 시간이 되면 식장에 들어가서 언제 넘어질지도 모를 높은 힐 위에서 30분의 식을 진행해야하는 그 과정이 싫었다. 그리고 남들에게 주목받기도 싫었다. 그리고 알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하면서 기억에 남지도 않는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그리고 옷 갈아입고 식사도 못하면서 어른들 사람들을 만나면...ㅏ러뱌저디ㅏ러ㅣ;나ㅓㄹ롹!!!!!!!!!




이렇게 해서 나는 기존 결혼식이 아닌 예단, 예물 다 생략한 스몰결혼식을 남자친구에게 제안했고 남자친구는 처음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스몰웨딩을 알아보면서 생각보다 비용적인 측면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자친구도 부르고 싶어하는 손님의 범위가 모호해지면서 잠시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스몰웨딩을 준비 하면서 든 생각]

1. 손님을 어느 범위까지 초정할 것인가?

2. 어른 손님부터 친구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만한 장소가 있는가? (위치, 주차장소, 음식 등)

3. 스몰웨딩이 과연 합리적인가? (대관료 대신 비싼 꽃장식, 디렉터비용, 음료비 별도 등)


그러다가 꼭 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원래 시작하게 된 계기가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가족들만 모시고 차라리 비싼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면 충분하지 않나?


그렇게 직계가족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범위 내에서 우리 스스로 해내길 원했다.

남자친구는 착하게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고 그래서 둘이 합심해서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는 내 성질머리를 알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

한번 결정하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나의 성질머리가 이럴 때 도움이 되다니..!!


남자친구네 부모님은 다소 회의적이셨다가 괜찮으셨다가 인사하러 뵌 날 약간 반대 의사를 내비치셨다.

친척도 다 안부르고 한다는 결혼식이 이해가 가지 않으셨던 것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셨다.


난 사전에 합의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었다가 반대 의사를 이야기하셔서 적잖게 당황하였다.

우리 엄마나 내가 아는 어른들이었으면 또 내 성질대로 목소리 높이면서 설득했을텐데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그럴 순 없기에 남자친구를 쳐다봤다.

남자친구는 왜 이렇게 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며 차분하게 설득해나갔다.


설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냥 너희 하고싶은 대로 해라' 고 이야기해주신 마무리..

조금 찝찝했지만 이미 마음 먹은 일이기 때문에 덥썩 알겠다고 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나중에 이것저것 생각하며 복잡해지는 나를 보며 남자친구가 말했다.


'이미 우리는 자기 멋대로 하는 애들로 생각하고 계시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그래 우리 결혼식인데, 우리가 하기로 했으면 하는거지.

그렇게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