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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미아 Jul 13. 2020

#7. 코로나 시대, 장거리부부의 고민

결정을 다그치는 현실

너랑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기회가 있으면 가려고 해.


2018년, 남편이 1년 반의 두바이 방학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간 지 반년쯤 되었을 때였다. 예전에 어딘가에 냈던 이력서가 돌고 돌아 다시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두바이는 아니었지만 비행기로 두세 시간 정도의 거리니까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라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내 맘 같아서는 단 한 시간이라도 가까워진다면 정말 좋겠지만, 워낙 스트레스 많이 받을 포지션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가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남편이 알아서 해, 근데 정말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할 거야."



결국 남편은 가기로 결정했고, 2019년의 나의 일상은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남편으로 인해 예전보다 윤택하고 즐거웠고 위로받았다. 남편도 한 달에 한번 정도, 아프리카의 팍팍한 현실, 열악한 환경에서 탈출해 두바이의 세련된 공기에 기분전환을 하고 한국음식도 잔뜩 싸서 돌아갈 수 있어서 정신없이 적응하는 일 년 동안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올해 1월에도 주말에 잠깐 두바이로 나들이 온 남편은 나와 함께 여유를 부리다 다음 달의 두바이행을 기약하며 돌아갔다. 한국음식도 변변하게 챙기지 못한 채로.


그리고 그것이 올해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Lockdown이 발표되던 3월만 하더라도, 그냥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서 영상통화를 해도 그냥 허탈한 웃음이 나기만 했다. 이렇게 길어질지도 모른 채, 곧 있을 것 같은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어디 호텔 브런치를 가자, 한국 여행 계획을 짜자, 올해 여름휴가엔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등등, 따로 살고 있어 더 특별한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지냈다.


그렇게 2개월, 3개월이 더 흘렀고, 그때와 비교해 변화 없는 상황이 절망적인 하루하루이지만 나와 그의 상당히 높은 레벨의 인내심과 생활력 그리고 정신건강의 회복력에 대해 놀랐다. 그리고 더욱 팍팍한 현실에 비상경영 중인 각자의 회사상황에 적응하며, 한편으로 모두가 이런 힘겨운 시기에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하며 지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좀 더 긴 시각으로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는, 그리고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코로나와 코로나 유사사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환경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8년 전 결혼할 때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마흔 살까지는 어디든지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나왔지만, 여러 국가에 대한 경험이 쌓여갈수록 조건은 간결하고 명확해진다. 절대로 오랫동안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위기의 시점이 되어서야 그 나라의 퀄리티와 위험요소가 드러나는 그런 나라도 있고, 그 반대로 빛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6개월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국가의 민낯이 드러난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당장 이런 상황으로 얼마나 버틸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서로 바쁜 일이 많아서 아, 이번 달은 보긴 힘들겠구나라고 서로 이해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언제나 하늘길이 열릴까 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는 상황이라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을 그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가 함께 살기로 결정한 마흔이라는 약속된 시점, 그리고 언젠가는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속에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유 있게 앞으로의 남은 2년을 맞이하려고 했는데, 극한의 상황에서는 결정과 행동을 재촉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현실과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하며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아마도 또다시 반복될 특별한 상황에 우리의 방법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어 안도감이 든다. 설마 이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 있을까.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었더라는 씁쓸한 말이 있지만, 현실은 이제 슬슬 다시 비행기도 뜨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이 시간을 지내는 남편도 나도 적응력은 일단 확인이 되었다.


도와는 달리 갑자기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살게 돼버린 커플이라, 남들보다 고민거리가 두셋은 더 많은 것 같지만, 앞으로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올해 어떤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받아들이고, 늘 그래 왔듯이 마음을 천천히 단단히 다져나가는 그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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