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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23. 2023

<항문(肛門)에 대하여/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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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肛門)에 대하여
 

우연히 딸애의 똥을 닦아주다 
 항문(肛門)이 
 꽃잎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건 세상의 출구 
 마치 봉제인형의 마무리 작업 같은 
 주름이 잡혀 있지 
 끝없이 존재를 만나다 보면 
 우주의 끝도 이렇듯 주름이 있을까
 
 부드러운 힘으로 
 온갖 부스러기들을 되살려 내는 
 경이로운 생산에 대해 
 할 말을 잃을 뿐
 
 비관론자들은 
 그것이 
 늘 어둡고 칙칙하다고 
 불평하지
 하지만 항문만큼 
 세상의 비계를 보기 좋게 
 조절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변함없이 되돌려놓기에 
 무엇을 삼켰는지 알게 되고 
 항문이 성실하기에 
 우린 곤히 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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