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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30. 2023

<우연한 목격/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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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목격/최희철> 

    

지난여름닭 장수 K의 미수금 156만원 때문에 법원 증인이 되어 아미동 까치고개에 갔다차가 더 갈 수 없는 오르막길 기어올라 채무자 집에 들어섰을 때 사람은 없고 좁은 마당엔 대추나무 한 그루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다바람이 눈가를 스치고우리가 뭘 하러 왔는지 모르는 그는 정령이 깃든 가을 같았다푸른 이파리들의 신들린 춤은 늑대들의 울음그게 얼마나 오래된 것이었을까내가 없는 동안어쩌면 지구가 없었던 시각부터 우연한 목격을 기다려 왔겠지남루한 욕망들과 함께하여 눈과 귀가 우주를 향해 열리고그 모든 향기가 그늘이 되어 나의 땀을 식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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