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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Dec 09. 2023

<진짜와 가짜>


1983년 수대 3학년 때 실습선 ‘한바다호’를 타고 원양실습을 갔었다. 먼저 간 곳은 일본 ‘오사카(大阪)’.

입항하니 영사관 직원들이 배로 올라와 오사카는 조총련이 많이 설치니까 한국 사람을 특히 조심하라고 했다. 출국 전에도 ‘중부 경찰서 형사’가 와서 교육을 했었다.

하지만 오사카 시장에서 전자 손목시계 살 때 교포 아주머니가 통역을 잘해 주셔서 시계를 저렴하게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엔 ‘포르노 영화관’이 있었다. 개봉관과 재개봉관이 있었는데 우리에겐 모두 개봉관이었으므로 ‘2본 동시상영’ 재개봉관으로 들어갔다. 관객은 별로 없었는데 중년과 노년 커플들이었다.

서양판과 일본판이었다. 그때 포르노 영화를 처음 보았다. 더구나 큰 스크린으로는. 하지만 포르노라고 해서 다 보여 주지는 않았다. ‘자지와 보지’는 모자이크 처리하였는데 그게 문화와 정치의 타협 지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정액(精液)’은 보여 주었다. 폐쇄된 성문(城門)처럼 성기들은 그토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면서도 그곳에서 나온 ‘정액’은 보여 주는 이유가 뭘까?

성기가 아니라 ‘모자이크’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던 정액!

그것은 자신들의 포르노가 결코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실제 섹스에서도 진짜와 가짜를 이야기한다. 특히 여성의 섹스에 대해! 남성의 섹스는 사정을 함으로써 더 이상 진짜와 가짜의 논란이 없지만, 여성의 경우 그 섹스가 진짜냐 가짜냐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여성의 어떤 반응이 진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르가슴이 섹스의 진짜, 가짜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조총련, 영사관 직원들, 중부경찰서 형사, 오사카 시장에서 만난 교포 아주머니도 진짜와 가짜를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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