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마살아임더 Dec 10. 2020

지우펀, Always with me

2016년, 2018년, 지우펀


보통 "대만, 타이베이 여행" 하면 필수 코스는 뭐가 있을까. 101타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우펀이 가장 필수코스 아닐까.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테디셀러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한 지우펀. 실제로 지우펀이 모티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지만, 일단 영화속 그 곳과 정말 비슷하게 생겼으니 그렇다고 믿는게 마음은 더 편하지 않을까.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작은 부분을 모티브 삼았구나 싶기도하고


이 지우펀에 가는 경로는 상당히 다양하지만 내가 택했던 방법은 두가지이다. 한번은 택시투어, 한번은 소셜커머스에서 구매한 스펀 지우펀 패키지.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하고 지우펀을 여행 코스로 삼았던 사람들이라면 고려 해봤을 택시투어. 보통은 예류-스펀-진과스-지우펀, 예류-스펀-허우통-지우펀 등 조합은 다양하지만 택시를 타고 하루종일 이동하는데, 필수로 들어가는 예류는 지질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 치명적 단점 (이라 쓰고 내 얘기라 읽는다)



처음에 택시투어를 한 다음 예류와 진과스는 그냥 저냥 심심했어서 그런지 이후엔 스펀과 지우펀 패키지를 선택했다. 스펀과 지우펀은 한번 더 가봐야지 하는 간택(?)된 이유는 간단했다. 스펀에선 닭날개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지우펀에선 홍등이 켜지는 순간이 강하게 뇌리에 박혀서.




지우펀의 유래는 오래 전 아홉 가구가 살고 있어 물건을 나눠갈 때 아홉개로 나눴다고 하여 지우펀 (九份)현재는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됐다고 하는 수치루 카페를 중심으로 상가가 들어서 있고, 땅콩 아이스크림과 누가 크래커 맛집이 있어 홍등이 켜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지우펀 상가에서 도장을 파 보는 것. 중화권 나라에 가서 도장 파면 분명 기계로 파는건 알지만 좀 더 그럴싸 해 보이는 기분이 들기에 추천한다.


처음 지우펀에 도착 했을 땐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야 당연하기에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인파였다. 택시투어로 지우펀에 도착하기 전, 기사님이 지우펀 근처에 있는 폐광산 철로를 구경 시켜주셔서 그런지 지우펀에 도착 했을 때에는 상가를 돌아보기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템플런 장소같던 폐광산 철로


2016년엔 지우펀의 홍등 켜지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켜기에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갔던 여름에는 오후 7시쯤에 불을 켠다고. 그래서인지 급하게 누가크래커를 사고, 땅콩아이스크림을 입에 우겨넣으며 수치루가 있는 골목을 찾아 빠르게 이동해 많은 인파에 섞여 들어 수치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라고 하는 카페) 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에 홍등이 켜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홍등이 켜지는 순간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바로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OST인 Always with me가 어디선가 흘러나오며 홍등이 켜졌기 때문.


홍등이 켜지고 꺼지고의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


어떤 순간을 강하게 기억하고 추억으로 간직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복합공감을 활용하는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늘 같은 향수를 뿌려 그 향을 맡으면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거나 어떤 의미 깊은 일이 있거나 할 때 노래를 같이 곁들이몬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거나 하는 복합감각 경험.


나는 지우펀의 그 계단에서 내 대만 여행에 있어 뇌리에 박힐만큼 강한 공감각 경험을 했다고 느껴진다. 어렸을 때 봤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섬세한 이야기 선을 따라가며 상상력을 펼쳤던 기억, 잘생긴 지브리 스튜디오의 남자주인공들 (??), 왠지 산속의 어느 터널을 지나가면 저런 요괴들의 세상이 있을 것 같다는 상상력을 키워주던 영화. 그리고 그런 나의 영화 감상평을 다시 되살려주기에 충분한 영화의 OST, 그리고 그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의견이 나올만큼 영화속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



이정도면 나의 뇌리에 박힐만한 경험으로 충분한 조건 아닐까.



아쉽게도 이후 2018년에 갔을 때에는 아예 홍등을 켜놨어서 이런 감동도 느낄 수 없었고, 2016년에 비해 인파가 세배는 몰려있어서 "지옥펀"이 뭔지 알겠다는 감상을 하고 말았지만, 2016년 홍등이 켜지며 영화 OST가 함께 흘러나오던 순간, 그리고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 그리고 그 자극에서 비롯된 내 개인적인 상상력의 기억들.


그것만으로 지우펀에서의 시간은 매우 특별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12. 태하전망대와 관음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