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 동부, 콩
[엄마 애도(哀悼)] -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작년 추석에는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동부를 넣은 송편을 사지 못했다.
파는 송편은 깨송편이 많아 동부송편은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한다.
올해는 큰 언니 찬스로 재래시장에서 만드는 동부송편과 콩송편을 구했다.
와~~ 기대도 안 했던 콩송편! 언니의 발품으로 정말 맛있는 송편을 먹게 됐다.
엄마는 항상 동부송편을 더 많이 했다. 깨송편에 비해 서너 배 손이 많이 가지만 껍질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씻고 불리고 찧고 빻아서 준비를 했다. 아니했단다. 사실 준비과정을 본 적은 없다. 언니들의 말을 빌리자니 그렇단다. 만드는 시늉만 하다가 열심히 먹었던 기억만 생생하다. 엄마의 깔끔한 살림과 음식 솜씨는 우리 자매 모두의 기억에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나 보다.
나는 깨송편보다 동부송편을 더 좋아했다.
깨송편은 겉으로 살짝 검은빛을 띤다. 그래서 동부가 들었을 것 같은 하얀 송편을 신중하게 골라 한 입 베어 문다.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한참을 고르고 있으면 엄마가 알려주기도 했지만 엄마도 역시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나의 아이들도 동부송편을 좋아한다.
엄마의 입맛이 나의 입맛으로, 그리고 내 아이들의 입맛으로.
엄마가 만든 깨끗하고 예쁜 송편과 시원한 식혜가 그립다.
사 온 송편을 맛있게 먹다가 삼언니가 한마디 한다. “나는 깨송편이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