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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J Nov 12. 2024

깨, 동부, 콩

[엄마 애도(哀悼)] -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작년 추석에는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동부를 넣은 송편을 사지 못했다.

파는 송편은 깨송편이 많아 동부송편은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한다.

올해는 큰 언니 찬스로 재래시장에서 만드는 동부송편과 콩송편을 구했다.

와~~ 기대도 안 했던 콩송편! 언니의 발품으로 정말 맛있는 송편을 먹게 됐다.    


엄마는 항상 동부송편을 더 많이 했다. 깨송편에 비해 서너 배 손이 많이 가지만 껍질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씻고 불리고 찧고 빻아서 준비를 했다.  아니했단다. 사실 준비과정을 적은 없다. 언니들의 말을 빌리자니 그렇단다. 만드는 시늉만 하다가 열심히 먹었던 기억만 생생하다. 엄마의 깔끔한 살림과 음식 솜씨는 우리 자매 모두의 기억에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나 보다. 


나는 깨송편보다 동부송편을 더 좋아했다.

깨송편은 겉으로 살짝 검은빛을 띤다. 그래서 동부가 들었을 것 같은 하얀 송편을 신중하게 골라 한 입 베어 문다.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한참을 고르고 있으면 엄마가  알려주기도 했지만  엄마도 역시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나의 아이들도 동부송편을 좋아한다.
엄마의 입맛이 나의 입맛으로, 그리고 내 아이들의 입맛으로.

엄마가 만든 깨끗하고 예쁜 송편과 시원한 식혜가 그립다.


사 온 송편을 맛있게 먹다가 삼언니가 한마디 한다. “나는 깨송편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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