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먹거리 콘텐츠 공모전 수기 부분 우수상
별다른 기대 없이,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구미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르게 되었다. 와이프와 주변 산책을 하다가, 마침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신선한 채소가 상자째 입고되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처음으로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여러 가지 농산물과 지역 특산물들이 진열장에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손글씨로 쓰여진 짧은 제품 소개 글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그리고, 고심해서 적은 흔적이 보였다. 정겹고 그리운 옛 시골장터에서나 느끼던 감정이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구미는 논밭이 많다. 공업도시이지만, 공업도시 이전에는 농사가 주요 산업이었다. 지금도 고층빌딩이나, 산 위에서 구미를 내려다보면, 논밭이 아주 많이 보인다. 조그마한 공터, 버려진 땅만 있으면, 득달같이 누군가가 달려들어 고추나 고구마, 상추 같은 작물들을 심기 때문에, 공유지에는 경작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많이 있다.
그렇게 내가 출퇴근 길에, 산책 길에, 보아왔던 작물들이 이곳에서 판매가 된다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밭에서 자라는 노랗게 익은 옥수수, 터질 듯 잎이 꽉 찬 배추를 보면서, 한 개쯤 서리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기에, 더 한층 반갑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런 농산물, 특산물의 가격을 잘 모른다. 먹을 거리, 반찬 거리를 살 때, 항상 와이프와 동행하는데, 가격을 따져보는 것은 항상 와이프의 몫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보스럽게도, 나는 몇 가지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집었다, 놓았다 하다가, 와이프에게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라고 물어봐야만 했다.
나는 사과 대추와 새싹 삼을 골랐고, 와이프는 못난이 참외, 도토리 묵을 골랐다. 다 합쳐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가격과 품질 모두 대만족이었다. 직접 생산자 겸 판매자가 진열을 하고, 구미시에서 장소 제공 및 관리를 하기 때문에, 줄어진 유통 과정을 통해, 품질과 가격 모두를 잡았다. 왜 진작 이 곳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야외 공영 주차장에서 하는 직거래장터는 몇 번 가 보았는데, 직거래장터보다 로컬마켓이 더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고, 실내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갔었던 전통시장의 정겨움이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좋았다. 솔직히 전통시장을 가지 않은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예전 어린 시절 어머님이 들른 전통시장의 모든 상점들은 모두 어머님의 친척분들, 가까운 이웃, 또는 교회나 모임에서 심심찮게 만나던, 반가운 분들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한 푼이라도 더 내려는 어머님과 한 개라도 더 주시려는 상점 주인과의 실랑이는 정말 아직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지금은 이런 일을 상상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 로컬푸드 직매장은 그런 향수가 느껴진다. 어느 동네 누가 생산한 것인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는 제품들도 많고, 생산자가 직접 포장, 진열하기 때문에, 선물가게에서 선물을 고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사람 사는 냄새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유명 상표나 브랜드, 여러 가지 품질 인증과 공법과 화려한 광고 또한 없지만, 정성이 느껴져서, 한 번 더 살펴보게 만든다.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젊은 세대는 많이 찾지 않는 듯 하다. 아무래도, 소량으로 구매해서 저녁상에 올릴 것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1인 가구와 바쁜 현대인 들에게는 아직 외면 받는 듯 하다.
구미시와 민간 협력으로 성공적인 구미 로컬푸드 직매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규모도 더 커지고, 여러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구미시의 모두가 윈윈하는 좋은 사례가 될 듯 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