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표지를 디자인 한다면
나의 본업은 기획자다. 정확히는 사업 기획과 상품 기획 업무를 두루 하는 중. 그럼에도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PPT 디자인'으로 어느 정도 디자인 실력이 쌓여 문서 디자인 대행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나의 본업은 '기획'이다 보니, 당연히 PPT 제작 대행을 할 때에도 디자인에 앞서 기획 단계를 필수로 가져간다. 받은 자료를 그-대로 디자인만 살짝 바꿔 옮길 수도 있지만, 문서의 기획 의도가 온전히 디자인에 드러나 있는가?를 최우선으로 두고 작업을 시작한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분들도 그렇게 하시겠지만 말이다. 여튼 본업이 기획이다 보니 기획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는 부연설명.. 구구절절) 사실 그래서 디자인은 좀 심플하고 깔끔하게 가져가는 편.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대학 동기 오빠의 포트폴리오 문서를 제작 대행해주게 되었다. 의뢰해준 오빠가 작업물을 너무 만족해줘서 기분이 좋았던 건 물론이고, 요즘 주변에 포트폴리오 제작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공유하고자 글을 기록해본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표지 원고 ㅋㅋㅋ 회사소개서, 성과보고서, 기획서 자료 위주로 작업했던 나에게 이렇게 텍스트가 많은 표지는 처음이었다.
그럼 이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왜 표지에 텍스트가 많을까? 또 저 텍스트가 반드시 다 들어가야 할까?
의뢰자는 MC, 업체 또는 학교에 본인을 스스로 영업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행사 담당자가 문서를 받고 나서 이후 페이지를 읽고싶게끔 만들어야 함
즉 본인의 임팩트, 본인의 성과가 초반부에 어필이 되어야 함
음 그래. 이런 의도로 포트폴리오 표지부터 본인의 성과를 어필해야겠구나 납득이 갔다.
그럼 저 많은 텍스트들 중에서 가장 강조해야 하는 것, 덜 보여줘도 되는 것, 없어야 하는 건 뭐가 있을까?
가장 강조해야 하는 것: 사진, 이름 > 이력
덜 보여줘도 되는 것: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 입니다 와 같은 의미 없는 서술어
없어야 하는 것: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
그럼 하나하나 더 뜯어보자!
1. 가장 강조해야 하는 것
- 사진: MC이기 때문에 현장감이 느껴지는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진은 굿. 그런데 뒤의 배경이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배경은 모두 제거하고 사진은 확대해서 사용한다.
- 이름: 이 문서의 가장 핵심은 이 MC의 이름이다. 담당자는 이런 문서를 여러 개 받아볼테니, 제목에서부터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이름을 크게 강조해주어야 한다.
- 이력: 초안에는 숫자가 매우 크게 강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한 문장에서 특정 단어의 글꼴 크기만 크게 키운 건 옳지 않은 강조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총 4개의 요소가 있으니 구분할 수 있도록 각 요소들을 묶어주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글꼴 크기보다는 색상 또는 굵기로 차이를 주자.
2. 덜 보여줘야 하는 것
-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 입니다: 친절 또는 겸손하기 위해 넣은 문장일텐데,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안그래도 문서에 텍스트가 빽빽하리만큼 많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 문구는 최소한으로 작게 보여주거나, 혹은 없애는 것이 좋다.
3. 없어야 하는 것
- 레크레이션 강사증: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지에 삽입하는 것이 디자인 구도가 굉장히 어색할 뿐더러 이미 '이력'으로써 그 전문성을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삭제하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면 4. 더 추가되어야 하는 정보는 없을까?
- 컨택포인트: 문서를 보고 바로 MC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표지에 이메일주소 및 전화번호를 삽입한다. 영업 문서의 필수이자 공식. 초안에 따로 없는 걸 보아하니 의뢰자가 놓친 부분인 것 같은데, 이런 부분까지 미리 고려해서 의뢰자에게 제안해주면 좋다.
앞선 글처럼 이 문서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며 자신을 PR하기 위한 영업용 포트폴리오다. 그리고 의뢰자는 행사 MC이다. 즉,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MC의 컨셉을 살리면서도 본인이 '안전 관리'를 어필하는 것에 신뢰도를 줄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색감을 쓰고자 했다. 그리고 단일 색만 사용하면 조금 허전할 것 같아서 밝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색감도 추가했다.
의뢰자가 맨체스터 시티를 좋아한다고 그 색(연하늘색)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극구 말렸다. 당신의 매력을 살릴 수 없고 오히려 죽이는 색감이라고..
색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파랑과 밝은 이미지의 노랑을 섞었다.
메인 문구: '놀 줄 아는 MC 편무송'을 강조해서, '놀 줄 아는'이라는 카피를 살렸다. 이름은 한 번 더 강조할 수 있도록 노랑으로 표시
서술어: 안녕하세요, 입니다! 는 살렸다. 대신 아주 작은 글씨로 있는 듯 없는듯 예의만 차렸다 ^^;..
이미지: 기존 이미지의 색감이 대비가 낮아서, 쨍한 색감을 보정한 후 배경을 삭제하고 삽입했다. 이미지만 넣으니 조금 밋밋해보여서 강조할 수 있도록 그림자도 살짝 추가.
이력: 기존은 이력에 딱 숫자만 강조되어 있었다면 '9년' 이런 식으로 단위까지 함께 강조해서 어떤 걸 표현하고자 하는 것인지 조금 더 잘 드러날 수 있게끔 수정했다. 그리고 각 요소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도형으로 묶어주고,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2*2로 배치했다.
컨택포인트: 담당자가 바로 섭외 연락을 줄 수 있도록 컨택포인트도 표지에 기재했다. 픽토그램을 넣어서 어떤 채널인지 바로 알 수 있도록 표기하기!
와 표지 하나만 쓰는 데도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다음 편은 언제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