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면 따로 국물 따로 끓여진 것 같은 너구리 한 마리를 그릇에 옮겨 담아 거실로 갔다. TV를 켜고 무료로 풀린 전원일기2021을 찾았다. 뒤늦은 점심식사를 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소파에서 내려와 편하게 등을 기대고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려는 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곧바로 끊을 준비를 하고 초록색 통화 버튼을 움직이니 여론조사에 협조해달라는 기계음이 나온다. 도대체 누가 하는 건가 싶은 여론조사가 나한테도 걸려 오는구나. 잠깐 고민했다가 이런 기회도 별로 없는데 싶어, 전원일기2021은 일시정지하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스마트폰 키패드와 젓가락을 놀렸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를 뽑으실 건지, 선생님께서는 만족하는지 대체로 만족하는지 대체로 불만족하는지 불만족하는지, 선생님께서는 진보인지 보수인지. 모두들 제 마음에 쏙 들게 분발들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