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사히 한 차례 여름 더위를 났다.
2021년 7월 열하룻날의 단어들
신기하다. 빨간날도 아니고 매해 날짜가 바뀌는데도 초복, 중복, 말복은 빼먹지 않고 지키고 있다. 다만 내가 어제 시장에서 사 온 닭은 삼계탕 하기에는 너무 커서 닭볶음탕이 되었다. 삼계탕용 닭이 따로 있구나. 큰놈 6000원짜리, 덜 큰놈 5000원짜리 그리고 영계 3500원짜리. 나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초복인데 하며 큰놈으로 골랐고, 정답은 영계였다. 어쨌든 초복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닭을 먹긴 먹었다.
아침에 어찌나 비가 쏟아지던지, 창밖으로 빗줄기가 다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장마가 시작된 건가. 예년보다 일찍 장마가 시작됐다는 일본은 여지껏 장마가 끝났다는 뉴스가 없었다. 집 안에서 뽀송뽀송한 채로 듣는 빗소리는 얼마나 경쾌하고 시원한지 모른다. 오후에도 몇 번이고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저녁엔 R에게 연락이 와서 오랜만에 스카이프를 했다. K는 남동생과 함께 살기로 해서 곧 이사를 가고, 출퇴근용으로 전동 오토바이도 샀다고 했다. M은 우리 대화를 BGM 삼아 무로 반찬을 만들었다. 이번주에는 만연방지와 긴급사태선언 사이에 운 좋게 도쿄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일박까지 하고 왔다니 부럽다. 지난주에 JLPT 시험을 본 R은 스카이프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배달시킨 페리카나 치킨이 왔는데 마침 K가 산책을 간다고 해서 스카이프를 마치기로 했다. 다음엔 각자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하기로. 더운지도 모른 채 올해도 무사히 한 차례 여름 더위를 났다.
土用の丑の日(どようのうしのひ) : 복날
若鳥(わかどり) : 영계 / 노계(親鳥 おやどり)
梅雨(つゆ) : 장마 / 장마 시작(梅雨入り つゆいり) / 장마 끝(梅雨明け つゆあ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