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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Oct 28. 2016

《한여름의 판타지아​》

- 장건재 감독, 2014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진다. 1부는 흑백으로 감독과 통역, 그리고 일본의 '고조', '시노하라'를 소개해주는 일본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카페와, 골목길, 시노하라, 학교, 불꽃놀이. 그 모든 1부에서의 '답사'의 공간이 2부에서 나타나며 허투로 쓰이지 않았음을 알려주는데, 묘한 만족감과 여운을 준다. 아마도 그것은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고민, 생각, 그리고 만남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각'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는 더욱 1부에서의 고민이 승화된 듯한 느낌을 준다. 고민이 녹아져있는 부분이어서, 아무래도 1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1부에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람들이 감독에게 하는 '어떤 영화였으면 한다'라는 마음이다. 이전에는 북적댔던 마을. 모든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남은 인적이 드문, 이전의 기억만 가지고 사는 그 마을이 하는 말로도 들렸다. 그런 공간인 '고조'에서, 한국에서 온 여자 '혜정'과 그녀를 우연히 만나 마을을 안내해주는 '유스케'.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가 떠나버린 쓸쓸한 마을보다는 '무언가를 찾으러 온', '이야기가 담겨있는' 공간으로서의 '고조'를 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담긴 2부는, 묘하게 1부와 연결되며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생생한 마음과, 여운을 준다. 오히려 제작의 고민과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1부가 흑백으로 나오는 것은, 마치 2부의 이야기의 밑그림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부에서 대화를 나누는 감독(태훈)과 통역사(미정)의 장면에서, 태훈은 미정에게 아이디어를 얻은 그 날의 이야기를 하며, 어느정도 '방향'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묘하게 2부의 고조시로 무언가를 찾으러 왔다는 배우(혜정)의 말과 겹쳐진다. 그녀는 요스케의 말에 태훈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혜정이 찾은 그 무언가는 그녀에게, 배우로서 창작해내는 그 무언가 '재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마을의 풍경일수도, 요스케와 나눈 대화일 수도, 혹은 '조용한 공간'에서 마주한 어떤 '느낌'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이 요스케와의 대화에서 오히려 자신을 발견한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노하라에 요스케와 차를 타고 들어간 혜정은 마루에 앉아 요스케와 대화를 나눈다. 꿈을 쫒아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대로 되진 않는 것 같다고. 열심히 해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요스케는 <꿈에 노예>가 되지말고, <이 순간을 행복하게>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혜정이 요스케에게 했던 말이다. 오래살고 싶냐고 물었던 요스케의 질문에, 오래사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사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던 그녀 자신의 말을 다시금 요스케에서 발견한다.

자막 자체가 '예쁘다'고 나오긴 했지만, 요스케가 말했던 'すてき(스테키)'는 예쁘다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느낌과 맥락 상 '멋지다'는 의미가 더 납득이 되는 뜻 같다. 요스케가 바라보는 혜정의 모습은 단순히 <예쁘다>라고 끝나는 것보다 아마, '멋지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여운이 남는 영화다. 결말이 개운하거나 이럴 수도 없는 영화같다. 특별하게 드러나는 갈등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꽤나 매력적인 영화라는 것. 그리고 여운이 참 길게 남아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마지막의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혜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스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긴 말로 표현하기 보다, 복잡하지만 표현하지 않은 그 등장인물 내면의 '복잡한 이야기'는 풀어놓지 않아 더 신비롭고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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