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언제나 삶의 무대가 된다.
지난 글에서 잠시 언급한 ‘로어링 1920년대(Roaring Twenties)’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화려함 속의 고독, 자유 뒤의 불안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빛나는 순간을 꿈꾸지만, 그 이면의 고요를 잘 알고 있다.
그 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담아낸 작품,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품은 공간, 올드 웨스트베리 가든 (Old Westbury Gardens)이 떠올랐다.
올드 웨스트베리 가든은 고요했다.
붉은 벽돌 저택은 담쟁이로 덮여 있고,
정원은 잔디와 꽃, 오래된 나무들이 제 자리를 지켜내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햇살은 창을 스치고, 바람은 계단 위를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이 남아 있는 듯,
파티의 웃음소리와 음악의 흔적이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공간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안고 있다.
잔잔한 바닷속 깊은 파도를 가늠할 수 없듯,
평온해 보이는 마음 또한 갈망과 불안을 품고 있다.
황금빛 샹들리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웃음과 춤,
반짝이는 드레스와 넘치는 샴페인 잔.
그 모든 것 위에 서 있던 개츠비의 저택은 화려했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사랑이자 동시에 야망의 이름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을 향하고 있었지만,
당당하게 세상에 드러내 놓을 수 없는 한, 그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사랑을 붙잡고자 하는 열망은 곧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과 뒤섞여,
그의 고독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전쟁의 긴장과 절제의 미덕에 억눌려 있던 시간이 끝나자, 미국의 도시는 화려한 얼굴로 깨어났다.
재즈는 밤을 흔들었고, 아르데코 건축(Art Deco Architecture)은 금속과 유리, 대칭의 선으로 도시를 빛나게 하며 욕망의 시대를 열어갔다.
금주법(Prohibition)이 막아둔 술은 지하에서 더 뜨겁게 넘쳐흘렀고, 젊음은 새로운 자유를 향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빛은 언제나 그림자를 품기 마련이다.
소비와 허영, 끝없는 쾌락은 마음의 불안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개츠비의 저택은 그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 같은 공간이었다.
오늘의 도시 역시 다르지 않다.
세련된 조명과 고급스러운 건물,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SNS 속 연출의 장면들
1920년대의 화려함은 다른 얼굴로 스며들어, 오늘 우리의 삶을 여전히 감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빛나길 바라며, 그 무대를 감싸줄 배경을 좇는다.
올드 웨스트베리 가든은 지금도 고요히 서 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에 영감을 준 공간으로,
화려한 이야기를 품은 무대이자 여전히 롱아일랜드의 사랑받는 장소이다.
공간은 언제나 마음의 거울이 된다.
욕망과 고독이 교차했던 개츠비의 집처럼,
오늘이라는 무대 또한 우리 마음을 비추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무대 위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내면의 고요가 가장 깊어졌을 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가
더 많은 이야기는 다른 공간에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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