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한 서울숲에서 보내는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감각의 시간
골목 사이사이 오밀조밀 가게가 들어선 서울숲. 그 작은 골목들 가운데 어느 한 골목의 끝자락으로 들어서면 초록의 공원과 마주친다. 맛차차는 이 초록이 무성한 풍경을 창 가득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창밖의 나뭇잎들과 대비되는 절제된 무채색 위주의 공간은 차분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사용하는 다기의 배치마저 정성스레 열을 맞춰 정돈해놓은 모습에서 주인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욕심을 냈다면 많은 자리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물리적으로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차와 함께하는 시간과 그 경험에 집중하는 곳이기에 바 테이블이 공간의 메인이 되었다.
“맛차에는 철학적 사상이 있어요. 일기일회라고 하는데, 의미 자체는 모든 순간이 한 번 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이 차를 넣는 순간, 물을 부으며 향을 맡는 순간, 격불을 하는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이 다 한 번 밖에 없고, 내가 마신 이 차를 내일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도 맛이 온전히 같을 순 없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오늘 오신 분께 드리는 이 차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고, 다시 오신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 한번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차를 타는 이 모든 과정을 소중히 하고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차를 대접하면 마시는 분들도 소중한 마음으로 차를 마시게 되고…. 다도는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이렇게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고 집중하고자 규칙과 규율들이 생성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일기일회 사상에 따라, 맛차차 안의 모든 것엔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소중히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찻잎을 공수하는 과정부터 다원에 가서 직접 찻잎을 키우는 분들을 만나보고, 좋은 기운을 가진 분이 정성스레 키운 찻잎을 골랐다.
“식물을 키울 때 좋은 마음으로 섬세하게 돌봐줘야 잘 자라잖아요.
차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마음으로 키워낸 차가 좋은 맛을 내요.
좋은 인품이 주는 기운으로 키운 식물은 좋은 맛을 낼 수밖에 없죠.”
티 코스 안에서 맛보는 차의 순서, 제철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차와의 밸런스까지 신경 쓴 다식까지. 모두 촘촘하게 차를 최고로 즐길 수 있도록 잘 짜여있다. 그런 촘촘하게 잘 짜인 배려 안에서 운영자의 안내에 따라 차를 즐기다 보면 조용한 감각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물을 따르는 소리, 은은하게 올라온 차의 수색, 찻잔을 잡았을 때 그 온기가 주는 촉감과 온도를 다 느껴보세요, 드시기 전에 한번 수색을 살펴보시고, 찻잔이 코 끝에 닿으면 향을 한번 맡아보세요.”
맛차차에서 경험한 티클래스는 차를 단순히 ‘마신다’는 섭식의 물리적 경험이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 미각을 모두 살리는 복합적인 경험을 하게해주었다. 그렇게 이 순간순간의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차분해진 모습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직장과 집을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 나의 감각에 집중해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맛차가루를 뜨는 그 순간에도 차의 색상을 감상하는 ‘차시’의 과정이 있다.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격불을 직접 해볼 수도 있다.
차를 즐기는 것은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행같았다.
오롯이 나의 감각에 집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를 존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차도 물의 온도와 언제 딴 잎인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지금은 우전을 드셔 보셨지만, 녹차의 떫은맛을 좋아한다면 세작이나 중작 정도의 잎으로 드시면 되세요. 떫은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로 ‘회감’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처음엔 떫지만 결국엔 단맛이 돌아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양하게 마셔보고 자기가 원하는 온도와 맛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여행처럼. 소소하게 여행 온 것처럼 가볍게 즐기는 것도 힐링이 될 것 같아요.”
“요즘은 뭐 좋아하세요? 물으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건 우리가 모든 걸 스쳐 지나가듯이 하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이게 내가 좋아하는 맛인지, 싫어하는 맛인지, 향이 어떤지 집중하며 살펴볼 겨를 없이 순간이 지나가버리는 거에요. 분명 진지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앉아서 느껴보면 아, 이 차는 정말 향이 너무 좋다. 아 이건 너무 좋은데? 하는 포인트가 있을 거에요. 그런 걸 해보면서 또 나의 성향을 찾아갈 수 있고.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누가 녹차가 항산화에 도움되서, 너무 좋다고 해서 먹는 것보다는, 직접 경험해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계속 찾아가는 방식으로 해보셔도 좋을 거에요.”
사실 차를 마시는 방법에 정답이란 없다고 한다. 당나라 이전의 차처럼 찻 잎을 한꺼번에 넣어 우려먹어도 되고, 다구를 여러 개 놓고 마셔도 된다. 어떻게 마시든 그것은 마시는 사람의 자유다. 하지만 규칙과 규율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차의 매력을 최대치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다소 어려워 보이는 이 과정들은 차의 오래된 역사만큼, 많은 선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마셔보고 경험해보고 만든 매뉴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절제된, 우아한 동작과 찻물이 떨어지는 맑은 소리, 손에 쥔 찻잔에서 느껴지는 온도 등 다양한 감각 안에 집중하다 보면 오롯이 나를 만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순간순간이 가볍게 흐르듯 지나가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누워서 보낸 주말이 허무해진다면, 맛차차의 티 코스로 차를 시작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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