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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Oct 11. 2020

5.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이야기#2

3) 애니메트로닉스 스튜디오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 (Stan Winston Studio)

1972년에 설립되었다. 창업자 스탠 윈스턴 (Stan Winston)의 이름을 붙인 특수효과 회사이다. 애니메트로닉스, 원격 조종 로봇, 슈퍼 히어로 슈트, 의족, 의수 같은 인공 기관 제작과 특수 분장 등을 전문으로 하였다. 80~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 존 파브로 (Jon Favreau) 등 유수의 영화감독들과 협업했다. 아이언맨, 터미네이터, 쥬라기 공원, 에이리언, 프레데터, 가위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배트맨 리턴즈, A.I., 콘스탄틴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수 효과를 담당하였다.


스탠 윈스턴은 애니메트로닉스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40여 년간 정상을 지켰다. 로봇 공학자를 꿈꾸던 나에게 신세계를 펼쳐 보인 주인공이다. 노란 벽돌 길 위의 도로시처럼 애니메트로닉스의 나라로, 스탠 윈스턴이라는 마법사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했었다. 쥬라기 공원에서 시연된 애니메트로닉스 기술은 도로시의 집을 날려버린 회오리바람처럼 다가왔다. 나를 특수 효과의 세계로 떨궈 놓은 폭풍이었다. 꿈을 심어주었고, 목표를 부여하였다. 바보를 좇는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놓지 않은 꿈이었다. 첫 직장의 퇴사 즈음부터 캐나다, 미국에서의 고군분투, 한국에서 맞닥뜨린 기회와 현실 앞에서 결국 꿈을 포기하기까지 맹목적으로 추구한 이상이었다. 과연 월급 50만 원을 받으며 꿈을 좇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고시원에서 빠듯한 생활비로 연명하는 삶은 지속 가능하였을까? 지독하게 궁금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의 끝은 알 수가 없다. 


꿈을 접고 2006년에 다시 직장에 들어간 이후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존재를 잊고 살았다. 몇 년 후 불현듯 방문한 스튜디오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을 때 선구자의 서거를 알게 되었다 (William Grimes, 2008).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생활 끝에 2008년 마법의 땅 오즈로 돌아갔다.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족은 Stan Winston School of Character Arts로, 동료들은 Legacy Effects로 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의 우상을 기리며 옛 주소를 남겨 놓는다.

[옛 홈페이지 주소]

http://www.stanwinstonstudio.com/home.html

[옛 스튜디오 주소]



레거시 이펙츠 (Legacy Effects)

스탠 윈스턴의 유산을 계승한 특수효과 회사이다.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4명이 주축이 되어 그의 사후에 설립하였다. CGI (Computer-Generated Imagery)가 아닌 애니메트로닉스를 비롯한 아날로그 방식의 특수 효과를 구현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부터 TV 광고, 드라마, 피규어에 이르기까지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https://youtu.be/Z655pp7SRYo

2000년대 대표적인 할리우드 공상 과학, 슈퍼 히어로, 판타지 영화가 레거시 이펙츠 (Legacy Effects)를 거쳐 갔다. 참여한 작품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엑스맨: 다크 피닉스, 어벤져스: 엔드게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스파이더맨: 홈커밍, 퍼시픽 림: 업라이징, 정글북,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쥬라기 월드, 로보캅,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라이프 오브 파이, 리얼 스틸, 아바타 등 이루 다 셀 수 없다.


이 스튜디오의 애니메트로닉스 기술은 TV 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Fox의 NEXT, Amazon의 Tales from the loop, Disney의 The Mandalorian 등의 작품에 로봇을 등장시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홈페이지에서 필모그래피 (Filmography)를 살펴보며 확인한 점은 참여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특수 분장이나 슈퍼 히어로의 슈트 제작에 주로 관여를 했다는 점이다. 최근의 장편 영화를 위한 애니메트로닉스의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슈퍼 히어로 영화의 전성기를 맞은 할리우드의 일시적인 추세일 수도 있고 애니메트로닉스에 대한 수요의 감소일 수도 있다. 반면 안방극장의 TV 시리즈에서는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스타워즈 (Star Wars)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의 차일드(The Child, a.k.a. Baby Yoda)가 대표적이다.

https://www.legacyefx.com/themandalorian


웹페이지의 채용 안내글은 예전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의 그것과 유사하다. 관련 분야 경력자의 지원만 받는다는 것이다. 영화 특수효과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애니메트로닉스나 특수 효과에 대한 온라인 강의가 개설되어 있긴 하다. 연관된 유튜브 채널도 있어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러나 초심자로서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수습생이나 도제 제도 (Apprenticeship)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지원자에 요구하는 자질에 있어서 정량적인 요소(경력), 정성적인 가치(열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두 가지 모두를 갖춘 지원자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정량적인 조건이 부족하더라도 정성적인 요소가 있다면 자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입 사원이 없다면 경력 사원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경력자로 자신의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없듯이 말이다.



[출처]

William Grimes (2008) ‘Stan Winston, 62, Special-Effects Artist, Dies’, [Online], Available: https://www.nytimes.com/2008/06/17/movies/17winston.html [re-accessed 10 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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