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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May 03. 2024

똥인지 된장인지 몰라도 집 짓고 잘 살아가유~

이 남자라면

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오늘도 아이들 학교에 바려다 주고 맨발로 산을 걷고 왔어요. 눈만 뜨면 아팠던 몸의 상태가 맨발 걷기하고 많이 좋아졌어요. 가끔 무리하면 경고등이 뜨지만 그것조차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아이를 위해 2018년 5월 16일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왔어요. 요즘 요한이가 엄마를 살리기 위해 이곳에 왔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개구쟁이가 아니었다면 그 위험을 감수하고 집을 짓진 않았을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계단 창문을 열고 햇빛이 들어오는 현관문을 환하게 열어 두어요. 그럼, 산새소리가 청명하게 집안에 울려 퍼져요. 화이트 폰 커튼이 바람을 타고 향기처럼 살랑거리는 아침, 물 끓어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식탁에 앉아 있으면 아기 고양이처럼 눈을 비비고 아이들이 일어나요.

"엄마."

네. 저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예요.

결혼 전같이 일하던 선생님께서 남편의 생일과 시를 물어보셨어요. 알려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선생님, 그 남자하고 결혼하면 평생 아프면서 살아간데... 그래도 괜찮겠어?"

머리에 주판알이 없던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남자라면 아픈 것도 감당하며 살 수 있겠다.'

나중 알고 봤더니 남편이 알려준 생일은 양력이었고, 선생님이 본 것은 음력이라 맞지 않았어요. 시도 정확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가끔 생각나요. 이 남자라면 그것조차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저의 결단을요.


30대 초반 세상 물정 모르고 결혼해 아이 둘 낳고, 남들이 평생 할까 말까 하는 집 짓고, 책 두 권 쓰고, 그림 그리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 듯해요. 집 짓는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몸도 시원치 않은 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덤비네. 쯧쯧쯧."

세상살이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살다 보니 누군가 떠넘긴 대출금 갚아가며 아등바등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럴 때, 생각나요.

'이 남자라면 평생 아파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으로 결혼했던 제 자신을요.

'험난한 이 세상, 그래도 마음 하나 편하게 해주는 남편과 그를 꼭 닮은 아이 둘 낳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지 않나?'

오늘도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채워갑니다. 가족과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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