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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를 푸는 날

by 맑음의 바다



햇살 눈부신 어느 오후, 미국의 작은 기념품샵에서 자수 패치를 처음 보게 된다.


“이거 예쁘지 않아?“

“응, 예쁘긴 하네.“

“…..…..” (계속 만지작, 사고 싶다는 눈빛)

“어디에 쓰게?” (물건의 가치는 ‘사용’이라고 믿음)

“음… 모르겠어.” (애잔함)

“…..…..” (어이없다는 눈빛)


돌아서서 내려놓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다.



몇 달 뒤.


어딜 가든 - 주립공원, 국립공원, 박물관, 그 어디든 - 기념품샵에는 자수 패치가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이거 갖고 싶어.” (다시 용기냄)

“음, 다른 디자인 없어?“ (반쯤 포기)

“저기 많아. 같이 고르자!” (화색 가득)

“풋, 알았어.”


신난 표정이 하늘을 뚫을 듯하다.



그 이후, 가는 곳마다 하나씩 구매하게 된다.

보면 볼수록 패치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리고 몇 달 뒤.



“이거랑 이거랑 사고 싶어.” (두 개 골라옴)

“우리 원칙 있잖아. 한 곳에 하나.“ (단호함)

“근데 이거는 이러쿵 디테일이 있고, 이거는 저러쿵 의미가 있어. 둘 다 사야 돼.” (설득 실력 늘어남)

“휴, 알겠어.” (완전 포기)

계산대에 선 뒷모습이 위풍당당하다.



두 개씩 사는 곳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달 뒤.



“이거랑 이거 살게.” (두 개 골라와서 선언)

“안 가본 장소는 안돼. 이거 하나 하자.“ (원칙 추가)

“둘 다 예쁜데… 궁시렁 궁시렁“



우리에겐 패치 구매의 원칙이 쌓여가고,

집에는 알록달록 패치 더미가 쌓여간다.



사달라고 조르는 나의 딸이 아니다.

이것은 남편과 나의 대화이다.




이 모든 사단(?)의 시작, 남편에게 찾아온 운명적인 첫 만남




그렇게 나는
패치 수집가의 아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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