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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리 Jan 27. 2023

"722번"

중증외상환자의 교도소 수감기

이 글은 27층 건물에서 떨어져 기적과 같이 살아난 제 환자인 김용식 (가명) 군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현재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용식이가 보내 온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하였습니다. 



 - "722번" -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합니다."


판사의 말 한 마디로 재판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였을까..

그 순간에는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어 폭풍오열을 했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교도관이 수갑을 들고 온다.

그리고 호송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했다.

손목에는 수갑이, 팔과 허리에는 포승줄이 굴비 엮듯 나를 옥죄고 있었다.

죄수복으로 환복을 한다.


구치소는 이렇다.

형이 확정되기 전, 도주나 증거조작의 우려가 있을 경우 지내는 곳이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너무나 막막했다.


하늘 아래 제일 공평한 것은 시간이지만,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기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없기에 여기서 지내면서 필요한 영치금을 구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수용생활을 끝내고 돌아갈 집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제일 무서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교도관이 나를 부른다.


"722번"


침묵이 흘렀고, 다시 한번 더 묻는다.


"722번, 김용식씨 있습니까."


"아 네, 접니다."


"신상조사가 있으니 복장단정하게 하고 마스크 착용하고 나옵니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쇠창살 사이로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며, 이름 대신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722번'이 나의 이름이라는 것을.


신상조사가 시작되었다.

"가족들에게 이곳에 있다고 알려드릴까요?"


나는 당황했다.

가족이 없다고 해야 하나, 번호를 모른다고 해야 하나..

그러던 중 문득 생각나는 그 이름에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신, 010-XXXX-XXXX, 누나에요."


불러준 이름과 번호를 종이에 적던 교도관이 문득 쓰던 것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성이 다른데 누나가 맞습니까?"


나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을 화끈 달아올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저는 아버지 성을 따랐고, 누나는 어머니 성을 따랐습니다."



그렇게 구치소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좁은 방에서 이름대신 숫자로 불리며.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아니, 잘 버텨내야 하기에 어금니를 물고 독하게 마음을 먹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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